▲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민간 경제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기업의 사이즈(규모) 형태로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은 중소기업에 많이 투자되고, 반대로 사이즈가 커지는 대기업으로 가면 규제가 커진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한국 경제성장 정체의 원인을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성장포럼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 등 경제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포럼이다. 기업을 향한 법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과 경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한국은 0%대 성장률을 향해가고 있으며, 이는 민간의 경제성장 기여 분이 1994년 8.8%에서 현재 1.5% 수준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이 (성장률에서) 떨어진 속도보다 대기업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민간 성장이 정체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규모별 규제’를 꼽았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 기업을 규모로 나눠 사이즈가 커질수록 규제 수가 크게 늘어나고, 정부 지원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이 더 많이 떨어진 이유는 기업 사이즈 형태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상태로 간다면 모두 중소기업이 될 것이며,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규제의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부의 규제 해소와 발 빠른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자산이 5천억 원이 넘어가면 중견기업으로 구분되며, 규제 수는 0개 수준에서 94개까지 늘어난다. 2조 원이 넘어가는 중견기업 규제 수는 128개로 늘어난다”며 “11조6천억 원이 넘어가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고, 규제 수는 329개에서 343개까지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계단식 규제가 한국 기업들의 성장을 막으며, 자산 규모를 오히려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축소 운영이 오히려 경영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고도 성장 시기의 정책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속 경제가 성장한다는 가정 아래서는 계단식 규제가 맞지만, 지금은 성장을 하고 있지 않은데, 이런 사이즈 규제를 한다면 성장 인센티브(동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소프트뱅크와 비교하면서 ‘금산분리’ 정책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이커머스 등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 펀드를 구성해 투자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금산분리에 따라 이것이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돈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같은 규제가 있는 한 경쟁사의 10분의1, 100분의1 수준의 투자 규모밖에 안 된다”며 “첨단 산업에 투자가 어렵고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