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LG화학은 GS칼텍스과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다.
LG화학이 GS칼텍스에 나프타분해시설을 매각한 뒤 양사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GS칼텍스와 나프타분해시설 통폐합 논의로 업계의 최대 현안인 석유화학 구조조정에서 선도 사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LG화학과 GS칼텍스 사이 나프타분해시설 통폐합 논의는 정부가 지난 8월 석유화학 업계에 자구방안 마련을 요구한 뒤 업계에서 처음 나온 대응 움직임이다.
LG화학과 GS칼텍스가 각각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와 정유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사와 정유사의 나프타분해시설 통합 운영은 석유화학 업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요한 해법이다.
정유사가 직접 나프타분해시설을 운영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석유화학사는 안정적 공급처의 역할을 맡아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분해시설의 통폐합을 놓고는 지난 6월부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논의를 시작해 왔다. 그러나 석유화학사 사이 논의라는 점에서 석유화학사와 정유사가 직접 머리를 맞대는 LG화학과 GS칼텍스 사이 논의와는 차이가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 사이 나프타분해시설 통폐합 논의는 국내 최대 석화단지인 여수산업단지 내 시설을 놓고 진행되는 논의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24년 기준으로 나프타분해시설을 통해 나오는 국내 에틸렌 생산량 1280만 톤 가운데 절반가량인 627만 톤이 여수에서 생산된다. LG화학은 연간 에틸렌 생산량 338만 톤 가운데 200만 톤가량을 여수에서 생산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에틸렌 생산량 감축 목표가 연간 생산량의 25%를 웃도는 최대 375만 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수에서의 나프타분해시설 통폐합은 전체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지역이다.
▲ LG화학 여수공장의 모습.
신 부회장으로서는 LG와 GS가 한 때 한지붕 아래 그룹이라는 점에서 오는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
GS칼텍스는 LG와 미국 쉐브론의 자회사인 칼텍스 사이 합작으로 1967년 세워진 회사다. 사명도 2005년 LG와 GS가 분리되기 직전에는 ‘LG칼텍스정유’였다.
LG와 GS는 재계에서 드물게 오너가 사이에 아름다운 이별을 한데다 20년이 넘은 현재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 사이 협의는 나프타분해시설의 가치 산정 같은 핵심 부분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다른 부수적 문제에서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 부회장은 업계 맏형인 LG화학을 이끌면서 한국화학산업협회 회장으로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업계를 대변하는데 꾸준히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런 만큼 GS칼텍스와 이번 나프타분해시설 통폐합 논의에서 성과를 낸다면 우리나라 전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에도 물꼬를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놓고는 “이번 방안으로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주력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 및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제시된 대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