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 투자 13년 만에 첫 상업생산을 눈앞에 뒀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겸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액화천연가스(LNG) 가치사슬 확대로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작업을 든든히 지원할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겸 SK이노베이션 E&S CIC 사장이 리밸런싱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3일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에 따르면 호주 해상에 지어지는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상업생산이 임박했다. 가스전 공정률은 7월31일 기준 98%로 집계됐다.
케빈 갤러거 산토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바로사 가스전에서 나올 천연가스를 처리할 허브인 다윈 LNG 플랜트는 가동준비단계(RFSU, Ready For Start-Up)에 다다랐다"며 "바로사 가스전도 몇 주 안에 생산에 이를 것이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E&S(옛 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2012년부터 참여했다. 바로사 가스전은 산토스가 지분율 50%를, SK이노베이션 E&S 37.5%, 일본 발전사 제라가 12.5%를 각각 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앞으로 바로사 가스전에서 해마다 생산하는 LNG 350만 톤 가운데 130만 톤을 들여온다. 그동안 추구한 LNG 가치사슬 확대가 분기점을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 E&S는 그동안 △미국 우드포드 가스전 등의 개발·생산 △미국 LNG 액화설비 사용계약 및 수송선 확보 등의 운송·저장 △발전소 운영 등 공급 등 LNG 가치사슬 전반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갖추고 있었다.
이 가운데 생산 영역에서 호주 바로사 가스전이 추가되는 것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도입할 LNG 규모도 우드포드 가스전의 연 120만 톤 가량보다 크다.
▲ SK이노베이션 LNG 가치사슬 개요. < SK이노베이션 >
추형욱 사장에게도 이번 바로사 가스전 LNG 직도입의 의미는 깊다. 추 사장은 그동안 그룹 LNG사업을 이끌었는데 장기간 투자에 따른 결실을 맺게 됐다.
추 사장은 2006년 SK E&S에 입사해 지주사를 거치며 그룹 LNG사업을 맡았다. 그는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입사 15년 만에 SK E&S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SK이노베이션과 SK E&S 통합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 E&S를 이끌고 있다.
LNG를 핵심사업으로 삼아 가치사슬 확대를 강조했고 바로사 가스전에도 공을 들였다. 추 사장은 호주 정부 고위 관계자를 2023년 7월과 지난해 2월 연이어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했다.
추 사장은 지난해 2월 매들린 킹 호주 자원장관을 만나 “호주는 한국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우방국”이라며 “SK E&S(현 SK이노베이션 E&S)는 저탄소 LNG 도입 및 국내 블루수소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두 나라의 에너지 파트너십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는 다윈 LNG플랜트를 거쳐 운송된다. < SK이노베이션 >
LNG 직도입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중간 단계가 줄어드는 직도입 자체가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데다 바로사 가스전은 수입과정에서 기존 호주 다윈 LNG플랜트를 사용해 초기 비용이 적다. 추 사장도 바로사 가스전에서 들여오는 LNG는 ‘국내 도입 LNG 가운데 가격이 가장 낮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NG가스전 사업은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바로사 가스전은 기존에 있던 다윈 LNG플랜트를 활용해 원가가 낮다”며 “민간 직도입 방식 자체도 중간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SK이노베이션 E&S의 LNG 직도입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8월말 SK이노베이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며 “LNG 직도입에 기반한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최근 LNG광구와 터미널 투자 등으로 LNG사업 수직계열화가 진행되며 직도입에 따른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SK이노베이션 E&S의 실적 부담 완화는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및 기업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E&S는 2분기에도 영업이익 1150억 원을 내 주력 석유화학사업 둔화에 영업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추 사장은 LNG 사업 지분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치사슬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리밸런싱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의 일부 지분 유동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 사장은 지난 7월말 열린 기업가치 제고 설명회에서 “유동화 사업이 진행되어도 최대 주주(Majority) 지분을 확보하고 전체 에너지 가치사슬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며 “LNG는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SK그룹 선정 미래 핵심사업으로 가치사슬을 계속 확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