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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올릭스 일라이 릴리·로레알 움직인 기술력, 이동기 "바이오벤처 생존 열쇠는 특허"

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 2025-08-26 16: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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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올릭스 일라이 릴리·로레알 움직인 기술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594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동기</a> "바이오벤처 생존 열쇠는 특허"
이동기 올릭스 대표이사(사진)이 26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올릭스의 창업과 글로벌 기술이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리보핵산(RNA)을 잘못 입력하면 ‘꿈’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 말에 의미를 부여하며 힘든 시기를 버텼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이사가 창업 이후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꺼낸 말이다.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바이오버블이 꺼지고 RNA간섭(RNAi) 기술이 외면받던 시기를 보내며 기관투자 한 번 받지 못한 채 4년 넘게 버텼다. 그리고 지금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계약을 맺은 국내 유일의 상장사이자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바이오텍이 됐다.

이동기 대표는 26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린 ‘2025년 허브토크데이 혁신 바이오텍’ 세미나에서 창업부터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을 공개했다.

올릭스는 올해 2월 일라이 릴리에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OLX702A를 기술이전하며 최대 6억3천만 달러(약 911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6월에는 로레알과 피부·모발 분야 공동 연구 결과물 개발 계약을 맺으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로레알과의 계약 규모는 비공개지만 올릭스 2024년 매출(57억 원)의 10% 이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대표가 창업과 성장의 기반으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 것은 ‘특허’였다. 

이 대표는 “원천 특허가 있다면 좋지만, 없더라도 최소한 FTO(실시 자유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릭스도 특허가 있는 기술 확보에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툴젠에서 2년 반 동안 연구하면서 특허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2004년 포항공대 화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에는 특허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RNAi 기반 고유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고, 이는 2010년 올릭스를 창업하는 기반이 됐다.

이 대표는 “RNAi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항체나 저분자화합물에 비해 기술 격차도 크지 않고, 플랫폼 기술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여러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릭스는 비대칭 asiRNA, 긴비대칭 lasiRNA, 자가전달비대칭 cp-asiRNA 등 다양한 형태의 siRNA(RNA 간섭 작용을 하는 작은 간섭 RNA)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대사 관련 지방간염(MASH), 탈모, 황반변성 등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RNAi는 기존 치료제처럼 변형된 단백질을 표적하지 않고, 단백질이 생성되기 전 단계에서 mRNA를 억제해 발현 자체를 차단한다. 염기서열만 바꾸면 새로운 질환을 타깃할 수 있어 단기간·저비용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창업 이후 마주한 현실은 냉혹했다. 2006년 노벨상을 타면서 주목받았던 RNAi 기술은 2010년 무렵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었다. 당시 로슈, 노바티스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RNAi에 투자를 철회했고 국내 바이오업계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 초반 바이오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교수 창업 바이오텍이 사라졌다. 

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당시 이 대표에게 “우리가 투자 안 하는 회사가 두 가지 있다. 신약 개발 회사와 교수 창업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창업 후 4년6개월 동안 기관투자를 받지 못했다. 이 교수는 이 시기를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투자를 받지 못했기에 회사는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2014년 기업을 전 주기적으로 지원해주는 성장사다리펀드가 출범하면서  바이오 분야에 다시 투자 바람이 불었고, 올릭스도 시리즈A로 50억 원을 투자받으며 설립 4년 만에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사내 인력이 부족했던 탓에 연구, 재무, 투자자 미팅, 인사 관리까지 모두 이 대표의 몫이었다.
 
[현장] 올릭스 일라이 릴리·로레알 움직인 기술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594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동기</a> "바이오벤처 생존 열쇠는 특허"
이동기 올릭스 대표(사진)가 26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RNA간섭(RNAi) 플랫폼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018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전환점을 맞았지만,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고비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비상장 시절엔 기관투자자들에게만 질책을 받으면 됐는데, 상장 후에는 수많은 주주의 목소리를 감당해야 했다”며 “특히 지난해 떼아로부터 기술을 반환받고 주가가 8천 원대까지 떨어졌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기술이전 계약도 성사되지 않고 투자 자금도 부족해져 초조한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에는 신사옥 입주하면서 고민이 됐다. 그러나 일라이릴리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반전됐고, 주가도 다시 6만 원대까지 회복했다.

이 대표는 “일라이릴리와의 계약이 작년에 체결됐어야 했지만 지연되면서 압박이 컸다”며 “다행히 올해 일라이릴리에 기술이전한 후 주가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계약에는 2020년 도입한 갈락(GalNAc)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GalNAc 기술은 핵산치료제를 간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미 올릭스는 국소 투여 기반 플랫폼은 확보하고 있었지만, 빅파마들이 원하는 것은 더 큰 시장인 심혈관·대사성 질환 분야였다. 

그는 “빅파마의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타깃을 개발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올릭스는 선발 주자와 겹치지 않는 타깃을 공략했고, 일라이릴리와의 미팅 이후에는 비만치료제 ‘젭바운드’와의 병용시험 결과를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일라이릴리는 올릭스의 신속한 대응에 큰 관심을 보였고 성공적인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올해 6월 체결한 로레알과의 탈모치료제 공동연구계약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술 검토가 아니라 굉장히 깊은 수준의 파트너십”이라며 “2~3년 개발 과정을 거친 후 더 큰 규모의 파트너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국 특유의 법차손(법인세 차감 전 손실)규제가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상장법인은 3개년도 가운데 2개년도 법차손이 자기 자본의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 대표는 “회사가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연구개발비를 많이 지출하면 법차손 요건에 해당된다. 신약 개발을 하면 굉장히 많은 현금이 필요한데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이달 19일 115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재무 부담을 덜었다. 전환우선주(CPS)로 자본을 유치한 만큼 100% 자본으로 인식돼 법차손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에 따르면 투자자 대부분이 기존 올릭스 투자자들로 회사와의 신뢰관계가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은 기초 체력을 높여서 앞으로 기술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새로운 장기들을 타깃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릭스는 보유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내부 장기를 하나씩 공략할 때마다 새로운 약물이 수십 개씩 파생될 수 있는 만큼, 그 흐름을 따라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은 기술은 외부 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대표는 지방조직 중에서도 내장비만을 타깃하는 치료제와 중추신경계(CNS) 치료제를 대표적으로 언급했다. 2027년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 1개, 파킨슨 치료제 1개를 임상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BBB 셔틀 기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BBB셔틀은 약물이 뇌로 들어가는 길목인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전달 기술로,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에 주로 사용된다. 

이 대표는 “올릭스는 척수강 주사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빅파마들은 정맥 주사나 피하 주사를 통해서 전달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국내외적으로 BBB 셔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여러 회사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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