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8-26 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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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가 석유화학 산업 불황에 버티기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단비'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 주요 제품인 가성소다 수요 회복 기대감이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극복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커지면서다.
▲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가 어려운 석유화학 업황 속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기초소재인 가성소다를 기반으로 위기감을 완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정밀화학은 2분기 생산설비 정기보수가 마무리된 것에 더해 시황 개선까지 겹치면서 가성소다 실적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보다 35% 증가하면서 가성소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기차와 가성소다 수요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가성소다는 반도체, 배터리 양극제와 같은 첨단산업에서 섬유, 비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쓰이지만 최근에는 배터리 생산 필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가성소다는 배터리용 양극재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배터리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전구체 재료로도 활용된다.
전기차 경량화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을 보크사이트에서 추출할 때도 사용된다. 배터리 탑재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30% 가량 무거워졌기 때문에 경량화에 필요한 가성소다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수요 저점을 확인했다”며 “전구체 제조 및 폐배터리 재활용에 사용되는 가성소다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성소다의 수요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긍정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가성소다 시장 규모는 556억4천만 달러(약 77조6066억 원)로 집계됐다.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4.3% 성장을 이어가면서 시장 규모는 696억5000만 달러(약 97조133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정밀화학으로서는 가성소다 평균 가격이 올해 들어 고공비행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실제 가성소다 가격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385.7달러와 398.0달러에 머물렀지만 올해 1분기에는 464.4달러까지 상승했다. 2분기에는 중국 내수 수요가 둔화된 영향에도 가성소다 평균 가격이 410.2달러를 기록했다.
▲ 롯데정밀화학 전체 매출에서 10% 규모를 차지하는 가성소다와 관련해 호재가 겹치면서 3분기에는 에피클로로히드린(ECH)과 가성소다를 포함한 염소계열 적자가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롯데정밀화학 울산 공장의 모습. <롯데정밀화학>
정 대표로서는 석유화학 업계의 전반적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단비를 만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가성소다는 롯데정밀화학의 전체 매출에서 10%를 차지하는 주력제품 가운데 하나다. 롯데정밀화학은 울산에 연간 생산량 35만 톤 규모의 가성소다 공장을 두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들어 긍정적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1971억 원, 영업손실 2449억 원을 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7.5% 줄고 영업손실은 101.9% 커졌다.
반면 롯데정밀화학은 정기보수를 진행했음에도 매출 4247억 원, 영업이익 87억 원을 냈다. 올해 연간으로도 그린소재 사업에서 식·의약용 셀룰로스 6천 톤 증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 실적 전망은 더욱 긍정적인 상황이다.
롯데정밀화학은 가성소다 호재에 힘입어 3분기에는 에피클로로히드린(ECH)과 가성소다를 포함한 염소계열 영업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2025년 3분기 롯데정밀화학 염소계열이 9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추이에 따라 흑자전환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가성소다의 실적 호조를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보릿고개를 넘기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은 2023년 진행된 ‘롯데화학군 CEO IR Day’ 행사에서 가성소다 해외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가성소다 공장 증설 계획을 추진 하는 중"이라며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알릴 만한 진전을 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