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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좀비딸' '효자' '기묘한 가족', 가족애를 확인시켜 주는 색다른 '좀비' 영화들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5-08-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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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좀비딸' '효자' '기묘한 가족', 가족애를 확인시켜 주는 색다른 '좀비' 영화들                          
▲ '좀비딸'에서 주인공 정환은 갑자기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딸을 데리고 떠나지만 도중에 딸이 좀비에게 물리자 엄마 밤순의 집에서 몰래 딸을 키우기로 결심한다. '좀비딸'의 성공 요인은 좀비라는 호러 소재와 가족애의 색다른 결합에 있다.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비즈니스포스트] ‘좀비’라는 특이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좀비딸>(필감성, 2025)이 무더위 속에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좀비는 낯설고 이질적인 소재라는 선입견을 깬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2016) 이후 한국 관객들도 좀비 비주얼과 서사에 꽤나 익숙해졌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죄다 좀비 감염자가 되어버린 참담한 상황이 코로나 팬데믹 은유처럼 느껴진 <#살아있다>(조일형, 2020)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한국 관객들이 좀비의 매력을 발견한 것은 영화보다도 코로나 시기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스트리밍 된 한국 드라마 <킹덤>(2019)과 <지금 우리 학교는>(2022)의 공이 크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킹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 고등학교 공간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시대가 과거든 현대든 한국적 특징을 갖고 있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도 이런 작품들의 흥행에 힘입어 나올 수 있었다.     

서구에서 좀비 영화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2년 작 <화이트 좀비>가 시초로 알려져 있는 이 장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좀비 영화의 기틀은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마련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시체들의 새벽>(1978), <시체들의 낮>(1985)은 그의 시체 시리즈 3부작이다. 특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이후 쏟아져 나온 좀비 영화 문법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한국 좀비 영화의 효시로는 보통 <괴시>(강범구, 1981)를 꼽는다. 스페인 영화를 표절했다는 시비가 있긴 하나 당시로서는 이색적인 영화였다.

2019년 디지털 복원 되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관개들의 열띤 박수를 받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한국영화에 좀비가 등장한 것은 2010년대이다.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오영두, 류훈, 홍서백, 장윤정, 2010), <미스터 좀비>(이수성, 2010) 같은 독립영화가 좀비 소재를 본격적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좀비에 대해 어느 정도 친숙해진 시점에 나온 <기묘한 가족>(이민재, 2019), <효자>(이훈국, 2022)는 좀비들이 벌이는 끔찍한 식인이나 생존자의 사투를 다룬 액션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과 거리가 멀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일가족이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좀비 청년을 집에 들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기묘한 가족>은 좀비라는 존재를 통해 가족 갈등과 회춘하고 싶어 하는 마을 주민들의 욕망을 코미디로 풀어낸다.

좀비한테 물리면 젊어진다는 소문이 나자 마을 주민들은 주유소에 줄을 서고 가족들은 한몫 챙기기로 작정한다. 

<효자>는 무덤에서 살아 돌아 온 엄마를 두고 우왕좌왕 하는 다섯 형제의 소동을 그리고 있다. 형제들은 좀비가 되어 나타난 엄마를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다 생전에 못한 효도를 하자고 뜻을 모은다.

음식을 장만하고 새 옷을 입혀드리고 수선을 떨지만 시간이 지나자 좀비 엄마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가고 마을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도 힘들어진다. 좀비를 소재로 하였지만 효, 형제애, 엄마의 희생과 같은 전통적 가치관을 주제로 하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좀비딸>은 <기묘한 가족>, <효자>와 달리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제작됐다.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연기로 최근 작품들 성적이 좋은 조정석 배우와 어떤 역이든 찰떡 같이 소화하는 이정은 배우의 안정된 연기가 영화의 균형을 잡아 준다.

홀로 사춘기 딸을 키우는 정환은 갑자기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다수의 감염자가 생기자 딸을 데리고 엄마 밤순이 살고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로 피난을 떠난다. 그런데 도망가는 와중에 딸이 좀비에게 물리게 되자 정환은 밤순의 집에서 몰래 딸을 키우기로 결심한다.   

정환의 눈물겨운 부성애와 밤순의 엉뚱한 행동이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전형적인 휴먼 코미디 <좀비딸>의 성공 요인은 좀비라는 호러 소재와 가족애의 색다른 결합에 있다.

특히 <기묘한 가족>, <효자>, <좀비딸> 모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국적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애, 희생, 헌신과 같은 가치가 현재 우리에게 얼마나 유효한지 과연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가족애를 확인시키는 존재로 좀비를 설정한 영화들을 통해 전통적 가치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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