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직영서비스센터 이어 직영브랜드 판매권 매각 의혹까지, 사실상 '내수 포기'에 노조 반발 거세져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8-08 16: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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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GM이 내수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조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순차적으로 매각하기로 한 직영서비스센터 9곳에는 노조의 ‘고객님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었고,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사측을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상황이다.
▲ 한국GM이 전국 9개 직영서비스센터 매각을 비롯해 쉐보레와 GMC 등 국내 직영 브랜드 판매권까지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주장까지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한국GM 노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일각에서는 한국GM이 쉐보레와 GMC 등 국내 직영브랜드 판매권까지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8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GM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 협상이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현지시각 지난 7월22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한국에서 소형차 수입은 매우 효율적”이라며 한국 사업장 지속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GM 내부에서 철수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평공장 유휴 재산 매각과 국내 직영서비스센터 9개 매각 방안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GM 직영서비스센터 9곳에는 ‘고객님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었다. 전국 직영서비스센터 매각이 현실화되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 불편과 피해가 갈 것으로 우려되니 이 상황을 소비자들이 함께 막아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메리 바라가 철수설을 일축한 것과 달리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쉐보레와 GMC 등 직영 브랜드 판매권까지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한국GM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9347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40.3% 급감했다.
내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직영 브랜드 판매권 매각 의혹과 직영서비스센터 매각 방침까지 겹치면서 한국GM이 사실상 내수 시장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 바라 CEO가 한국 공장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해도, 국내에서 계속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한국GM 내부에서 느끼는 철수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GM 부평 공장 정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GM 노조 내부에서는 철수설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사측에 부평공장 유휴재산과 직영서비스센터 매각 방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측은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여전히 논의의 전제 조건인 서비스센터 매각 원점 재논의, 매각 철회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며 “이쯤되면 사측이 노동조합에 투쟁의 수위를 높이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안규백 한국GM 노조 지부장은 “부평공장 부지와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은 단순한 자산 처분이 아닌 우리 일터에 대한 공격이자 돌이킬 수 없는 구조조정”이라며 “지부장으로서 정당한 보상 쟁취와 일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와 GM본사가 5종 차량을 공동 개발키로 한 것도 한국GM 철수설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현대차와 GM이 공동 개발하는 차량 5개 가운데 3개가 소형차 플랫폼이다. GM이 현대차와 손잡고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면, 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사업장의 필요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GM은 공동 개발 차량을 2028년부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했다. GM이 우리 정부 측에 한국 생산공장을 오는 2028년까지 10년 동안 유지키로 한 약속과 맞물린다. 공동 개발 차량 양산이 시작되면 한국에서 발을 빼고 미국 현지 생산을 더 늘리지 않겠냐는 의심이 회사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GM이 현대차와 협업을 시작하면서,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부평 공장을 현대차에 매각하고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GM 입장에서는 현대차에 부평 공장을 매각할 수만 있다면 철수할 때 받는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