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 세제개편안에 증시부양책 기대감이 흔들리면서 투자 대기자금이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다.
파킹형 ETF는 이름 그대로 잠시 차를 주차하듯 짧은 기간 자금을 예치하려는 수요를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 유입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점도 파킹형 상품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 순자산이 7조 원을 넘어섰다고 7월31일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7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 동안 국내 ETF시장에 상장된 상품 가운데 자금 유입 1~3위를 모두 머니마켓 ETF가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머니마켓액티브’는 7월에만 자금 6288억 원이 유입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머니마켓액티브’와 하나자산운용의 ‘1Q 머니마켓액티브’에도 한 달 동안 각각 4920억 원, 4787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올해 전체로 봐도 국내 ETF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머니마켓 ETF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조8016억 원이 순유입되면서 7월 말 기준으로 종목 순자산이 7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머니마켓 ETF가 단기자금용 상품이다 보니 자금 유입과 유출이 빈번하다는 특성을 고려해도 규모가 엄청나다.
자금 순유입 2위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머니마켓액티브다. TIGER 머니마켓액티브는 올해 4월22일 상장했는데 4개월이 채 되지 않아 순자산이 2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
그만큼 머니마켓 ETF를 향한 시장의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머니마켓 ETF는 초단기 채권과 기업어음(CP) 등 신용도가 높은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은행 예금보다 살짝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재테크족 사이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25년 4월 상장한 'TIGER 머니마켓액티브' ETF 순자산이 3개월여 만에 2조 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머니마켓 ETF는 기존 머니마켓펀드에 적용되는 채권 종목별 분산투자요건이나 잔존만기 등 규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수익률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
또 만기가 정해진 은행 예·적금과 비교해 언제든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대표적 파킹형 ETF인 CD(양도성예금증서)형 금리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머니마켓 ETF가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머니마켓이나 CD금리형 등 파킹형 ETF는 추종 자산 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금리수준에 따라 투자자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CD 91일물 금리는 2.5% 수준이다. 반면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채권을 주로 담는 머니마켓 수익률은 2.7~3% 초반대로 이보다 조금 높다.
머니마켓 ETF는 기존 CD금리형 ETF와 비교해 최근에 상장된 상품이 많아 상대적으로 운용보수가 저렴한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ETF 시장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운용사들의 보수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파킹형 ETF는 애초 주식형처럼 높은 수익을 바라보는 상품이 아니다보니 보수의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
실제 파킹형 ETF들의 올해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머니마켓액티브 ETF들이 CD금리액티브 상품을 제치고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지숙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부 수석은 “시장변동성 확대, 미국발 매크로 변수로 투자자들이 현금화 비중을 높이면서 파킹형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최근 단기예금 금리는 약 1.7% 수준이지만 특히 머니마켓은 대부분 금리형 상품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