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8-04 16: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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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녹십자 자체 개발한 희귀질환치료제 ‘헌터라제’의 매출이 출시 이래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희귀질환치료제 ‘헌터라제’의 매출이 출시 이래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헌터라제는 희귀질환이라는 제한된 시장 안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한 전략 품목으로 평가된다.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의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전략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GC녹십자에 따르면 헌터라제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헌터라제는 2012년 국내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 국가를 확대하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에는 530억 원, 2022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71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외부 변수로 2023년(500억 원)과 2024년(624억 원)에는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반등세가 확연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동안 수출이 제한됐지만, 해당 이슈가 해소되며 헌터라제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2012년 출시 이후 최고 매출 경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 GC녹십자는 최근 IR자료에서 2025년 헌터라제 매출이 2022년 기록인 71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에는 연간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했다.
헌터라제가 GC녹십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수두백신 ‘베리셀라’ 등과 함께 고마진 주력 품목으로 꼽힌다. 2분기 녹십자가 처음으로 분기 매출 5천억 원을 돌파한 데에는 알리글로의 기여도가 크지만 헌터라제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GC녹십자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003억 원, 영업이익 274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19.9%, 영업이익은 55.2% 증가한 것이다. 실적 개선은 해외사업부 고마진 품목들의 성장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헌터라제가 상반기 이집트 및 알제리으로의 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GC녹십자는 2024년까지 독감백신 시장 경쟁 격화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헌터라제 부진으로 실적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올해는 고마진 품목인 알리글로 및 헌터라제, 베리셀라의 본격적인 성장으로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GC녹십자가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제품사진. < GC녹십자 >
헌터증후군은 IDS 효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남자 어린이 약 10만~15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환자 수는 적지만 치료제가 연간 수억 원대 고가인데다 평생 투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장 수익성은 높게 평가된다.
경쟁 치료제가 많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0억9천만 달러에서 연평균 8.06% 성장해 2030년에는 18억7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헌터라제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2006년 사노피의 ‘엘라프라제’에 이어 2012년 상용화됐다. 출시 이후 판매 국가를 꾸준히 확대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허 사장은 헌터라제를 정맥주사(IV)와 뇌실내투여(ICV) 제형의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재 헌터라제 IV 제형은 12개국에서, ICV 제형은 일본과 러시아 등 2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IV 제형의 경우 총 2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파트너사 주도로 브라질과 중국에서 현지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ICV 제형은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기존 IV 제형이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효과가 제한됐던 중추신경계 증상 개선에도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특히 전 세계 헌터증후군 환자의 약 70%가 중추신경 손상을 동반한 중증 환자로 분류되어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ICV 제형의 시장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ICV 제형은 IV 제형보다 단가가 높고 보다 중증 환자에게 투여된다”며 “두 제형은 투약 대상이 달라 자기 시장잠식(카니벌라이제이션) 우려가 없으며 국가별로 환자군에 맞춰 제형을 다르게 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터라제ICV는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출시를 진행 중이며, 향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헌터라제는 유럽에서 2021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으며 미국에서는 2016년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GC녹십자는 다양한 희귀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혈우병 A·B 치료제 ‘MG1113’, 파브리병 치료제 ‘GC1134’, 글랜츠만 혈소판무력증 치료제 ‘GC1138’, 알라질 증후군 치료제 ‘GC2127’, MPSIIIA 치료제 ‘GC1130’ 등이 대표적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