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플 파업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넥슨의 두 인물이 있다. 바로 이정헌 넥슨 대표와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씨저널] 2025년 여름 네오플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은 국내 게임업계 역사상 전례 없는 개발자들의 전면 파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이정헌 넥슨 대표와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다.
넥슨 일본 법인은 넥슨코리아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넥슨코리아는 네오플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100% 지분관계로 얽힌 손자회사-자회사-모회사 관계다.
손자회사인 네오플의 파업 이야기에 넥슨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넥슨 일본 법인의 대표와 넥슨이 보유한 국내 IP들을 총괄하는 넥슨코리아의 대표가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파업이 단순히 네오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네오플 파업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철학’, 넥슨과 넥슨코리아가 ‘방관자’ 아닌 이유
네오플 노조의 핵심 요구는 2024년 영업이익 9824억 원 중 4%를 직원에게 일괄 분배하는 ‘수익분배금(PS)’ 제도 도입이다.
현재 네오플은 GI(성장 인센티브), KI(KPI 인센티브) 형태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지급 기준의 불투명성, 대형 프로젝트 참여 인원만이 보상을 받게 되는 구조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파업의 본질이 단지 돈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상의 투명성과 분배 철학에 있기 때문에 이 요구는 자연스럽게 보상 철학의 최종 결정자로 인식되는 넥슨 본사로 향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네오플의 GI, KI 제도가 네오플만의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넥슨은 모든 자회사와 스튜디오에 일괄적으로 해당 보상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만약 네오플만 PS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동일한 요구가 넥슨 산하 다른 자회사와 스튜디오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넥슨 전체 보상구조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연쇄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는 셈이다.
◆ ‘던파’를 맡았던 동료에서 경영진으로, 이정헌 강대현 주목받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이정헌 대표와 강대현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 사람 모두 네오플과 넥슨을 연결하는 ‘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네오플 조종실 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네오플의 조종실은 게임 이용자와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유저 의견을 청취·반영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운영 중 발생하는 문제들과 관련해 관련 부서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업무도 맡고 있는 조직이다.
이 대표가 던전앤파이터의 이용자, 개발자, 그리고 관련 부서를 이어주는 소통창구의 역할을 했던 셈이다.
이 대표는 이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와 일본 법인 대표를 역임하며 넥슨그룹 경영의 핵심에 올라섰다.
강대현 대표는 2011년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개발실장을 맡으며
이정헌 대표와 손발을 맞춰가며 게임 개발과 운영을 총괄했다.
이후 넥슨 본사로 복귀해 라이브본부장, 인텔리전스랩스 본부장을 거쳐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고, 2024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에 올랐다.
이정헌 대표와 강대현 대표 모두 모두 네오플과 넥슨을 현장에서 체득한 조직통합형 인사다.
파업의 중심인 네오플의 문화·역사·보상체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교착 국면을 풀어낼 ‘내부 조정자’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 2018년 4월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에서 열린 신임경영진 미디어 토크에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왼쪽부터), 정상원 부사장, 강대현 부사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네오플의 파업이 네오플에서 끝나려면, ‘공감형 리더’의 역할
강대현 대표는 네오플 개발실의 사정을 잘 아는 실무형 리더로서 현재 넥슨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개발 현장과 경영진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다.
또한 현재 파업이 던전앤파이터의 유저들에게까지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헌 대표는 고객과 회사, 개발자들을 이어줄 수 있는 수완을 가진 인물이자 그룹 차원의 거시적 균형 감각까지 겸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이 정식 협상 테이블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판단과 조율이 물밑에서 작동해야만 이번 파업이 ‘네오플에서 끝나는 방식’으로 수습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오플의 전면 파업은 단순히 네오플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업계 전체의 보상 철학과 노사관계 모델에 대한 시험대”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조율이며 그 내부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리더들이 나서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