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기후단체가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확대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탈탄소 전환에 역행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기후솔루션은 31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관한 논평을 통해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발 LNG 수입 확대가 전망되는데 이는 전 세계적 탈탄소 추세에 반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특히 LNG 수출국 가운데 미국은 천연가스 메탄 누출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한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8월1일부터 부과될 것으로 예정된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의 대가로 한국은 미국에 약 3500억 달러(약 487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로 향후 3년 동안 약 1천억 달러를 미국산 LNG 및 에너지 제품 구매에 사용한다.
한국은 매년 1600억 달러(약 222조 원)를 에너지 수입에 쓰는 국가다. 2024년 기준 연간 천연가스 수입에 쓴 돈은 약 292억 달러(약 40조 원)로 추정됐다.
기후솔루션은 "LNG 수입처가 미국으로 재조정됨에 따라 정부는 국내외 신규 LNG 인프라 투자 사업들에 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신규 자원개발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뿐 아니라 미국발 LNG의 현실적 평가를 기반으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이어 "미국발 LNG 수입 압력에 따른 정부 대응은 새 정부의 탈탄소 기조와 정면 충돌된다"며 "재생에너지 산업 확대로 나아가지 못할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산 LNG의 메탄 집약도는 국내로 수입되기 전까지 석유환산배럴(BOE) 당 온실가스환산톤 기준 약 34.5kg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글로벌 천연가스 업계가 목표로 삼고 있는 5.9kg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 가운데서는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배출량이 가장 높다.
메탄은 20년 단기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큰 기체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기후학계에서는 LNG는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과도기적 연료로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LNG 수입량이 세계 3위인 한국이 이번 관세 협상 결과 수입을 늘리게 된다면 전지구적 메탄 배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이미 2021년에 국제 메탄 감축 서약에 가입하며 2030년까지 전지구적 메탄 감축에 공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가 국가 경제 안보를 위해 미국 LNG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면 적어도 메탄이 감축된 LNG를 수입할 수 있는 유럽과 유사한 수준의 현실적 정책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LNG 수요는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 미국발 LNG를 대량 수입하게 된다면 한국가스공사나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LNG 사업들의 타당성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후솔루션은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진짜 성장' 5대 정책 가운데 하나"라며 "이는 무작정 화석연료 수입을 늘리는 것이 아닌 수입 구조 재편과 그에 따른 탈탄소 공급망 구축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발 LNG 수입 확대에 따른 현실적 대처, 조정, 평가, 대안 확충 등이 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재명 정부가 주창해왔던 탈탄소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