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교표 3세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OK금융그룹의 OK는 오리지널 코리안, 즉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재일교표 3세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OK금융그룹이 일본계 자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 자금 구조를 들여다보면 일본계 자본의 영향력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 OK금융그룹의 지주사, 자금줄은 여전히 일본?
2024년 말 기준 OK금융그룹의 한국 지주회사인 OK홀딩스대부의 출자금 총액은 7274억 원이다. 이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5800억 원 이상을 일본계 회사 J&K캐피탈의 자회사인 OK넥스트가 부담하고 있다.
J&K캐피탈은 OK넥스트의 지분 98.84%를 보유하고 있다.
OK홀딩스대부는 최근에도 계속해서 OK넥스트로부터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OK홀딩스대부는 OK넥스트에서 올해 3월26일, 3월27일, 7월4일, 7월8일에 각각 1900억 원, 1750억 원, 500억 원, 1천억 원 등 4차례에 걸쳐 모두 5150억 원을 차입했다.
올해 7월14일 기준 OK홀딩스대부가 OK넥스트에서 빌린 돈은 모두 합쳐 8550억 원에 이른다. OK금융그룹 한국 지주사의 일본 자본 의존도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 보통주의 40.3%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 '진정한 한국인' 외침 뒤편, 여전히 계속되는 자금의 투명성 논란
한쪽에서는 OK넥스트의 모회사인 J&K캐피탈이
최윤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J&K캐피탈은 법인의 국적이 일본일 뿐이지 한국인인
최윤 회장이 모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만큼 J&K캐피탈의 자금은 일본계 자금이 아닌 한국인의 자금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OK홀딩스대부가 수혈받는 자금이 국적상 일본 법인의 자본이라는 점에서 설사 그 법인이 한국인이 소유한 구조라 하더라도,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인식은 단순히 소유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J&K캐피탈 자체가 일본 내에서도 실체가 불분명한 페이퍼컴퍼니인만큼, 자금의 투명성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설립 당시에는 일본 대부업체 A&O를 인수하기 위해 일본 법인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 회사를 유지할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OK금융그룹에 드리운 일본 자본의 그림자는 단순히 자금의 국적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문제는 일본계 자금이라는 것이 국내에서 인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본계 폭력조직의 자본이 대거 한국 대부업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대부업체들의 자금은 대부분 일본의 검은 돈이 흘러들어 온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
OK금융그룹이 주요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번번히 문제를 제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OK금융그룹이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으로 나아간 결정적 계기였던 2014년 예주·예나래저축은행 인수 당시 OK금융그룹은 대부업 청산을 금융당국에 약속하고서야 두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 실질적 일본 자본 의존 탈피, ‘꼬리표’ 완전히 떼어내는 열쇠
OK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대부업 청산을 완전히 완료했다. 어엿한 한국 금융기업으로서 우뚝 설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최 회장은 여기에 더해 스포츠 후원, 장학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어엿한 한국 금융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J&K캐피탈을 100%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본 법인의 자본이 한국의 지주회사로 흘러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세간의 인식을 바꾸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오너인
최윤 회장의 국적이나 출신 배경을 내세우는 차원을 넘어서 자본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입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강화하거나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를 확대한다면 OK금융그룹은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이할 수 있다”라며 “OK금융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할지에 따라 OK금융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