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에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풀 가전제품 홍보용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인상으로 현지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로 자리잡은 미국 가전 시장에서 관세 인상과 소비시장 위축에 따른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29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를 인용해 “월풀은 미국에 가전제품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어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보도했다.
월풀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에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현지에서 조립된 제품의 약 80%가 미국 소비자들에 판매된다.
미국 가전제품 시장에는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두로 자리잡고 있다. 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 점유율은 21%, LG전자는 19%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가전제품과 경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고율 수입관세 도입을 예고한 만큼 미국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제품이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최근 철강 관세에도 이를 활용하는 가전제품을 대상에 포함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 가전 업체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LG전자 가전제품 생산공장. |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국 내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관세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멕시코 공장도 미국의 고율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풀의 해외 경쟁사들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희생하며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러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에 선제대응해 대량의 재고를 미리 축적해둔 점도 당분간 월풀이 반사이익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월풀은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정책에 당장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자 수요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제조하는 월풀이 뚜렷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결국 중장기적으로 미국 관세 부과에 영향을 받는 데다 단기적으로 소비 침체에도 타격을 받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한국 무역협상에서 가전제품 관련 관세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있다.
배런스는 “월풀은 미국 가전 시장에서 관세 정책의 수혜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되면 곧바로 반사이익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경쟁사가 관세 영향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면 충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월풀은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자신하고 있다”며 “관세 정책은 결국 미국의 제조사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