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융 CFO 4인4색] 주주환원 새 기준 제시한다, KB금융 양종희호 새 곳간지기 나상록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5-07-29 16: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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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던 2분기, 실적발표 전면에 4대 금융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나섰다. 밸류업시대, 4대 금융이 앞다퉈 주주환원에 힘을 주면서 지주 CFO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 CFO를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밸류업의 핵심 ‘보통주자본비율’을 관리하는 사람들 ② 주주환원의 새 기준 제시한다, KB금융 양종희호 새 곳간지기 나상록
③ 신한금융 밸류업 키워드는 ‘소통’과 ‘속도감’, 진옥동의 선택 신한금융 천상영
④ 함영주 연임 숨은 공신 하나금융 박종무, 주주환원 확대 ‘이상무’
⑤ 지주 출범부터 밸류업까지, 우리금융 임종룡의 ‘믿을맨’ 연륜의 이성욱
▲ 나상록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가 24일 2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KB금융의 2025년 하반기 자본관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KB금융 콘퍼런스콜 영상 갈무리 >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밸류업 공시에서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구체적 숫자와 기간으로 제시하지 않고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내걸었다.
대신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자본은 모두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원칙에 초점을 맞췄다.
밸류업 ‘모범생’으로 시장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대단한 자신감을 내보인 것인데 이런 청사진을 실행에 옮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파격인사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생, 나상록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나상록 CFO는 ‘흔들림 없는 밸류업 이행’이라는 KB금융의 최대 경영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2025년 상반기 역대 최대 반기 순이익을 낸 것에 더해 보통주자본비율(13.74%), 자기자본이익률(13.03%) 등 재무지표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3.59%, 13.39%이고 우리금융은 12.76%를 보였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신한이 11.4%, 하나는 10.76%, 우리금융은 9.13%다.
보통주자본비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대 금융이 지난해 밸류업 공시를 통해 내놓은 새로운 주주환원 강화 계획의 핵심 요소들이다.
KB금융은 이번 상반기 실적발표를 통해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실행할 재무체력을 입증헤보인 셈이다.
KB금융의 탄탄한 재무지표는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축 등에 따른 사업 실적에 바탕한 것인 동시에 그룹 자산 분배와 수익, 지출 등 재무 전반을 총괄하는 CFO의 ‘성적표’다.
특히 올해는 초반부터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정국에 따른 환율, 정책 리스크 변동성이 널을 뛰었다. 기준금리 인하, 새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등 만만찮은 환경이 이어졌다.
대내외 변수들에 대응해 자본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CFO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상록 CFO는 양종희 회장이 최우선 경영과제로 내건 ‘밸류업’ 실행 첫 해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거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부담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서도 재무라인을 중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안 그래도 지주 CFO 자리는 그룹의 핵심 요직으로 주목을 받는다.
나 CFO는 1972년생으로 올해 1월 인사에서 KB금융지주 재무총괄로 발탁됐다. 나이도 4대 금융 CFO 가운데 가장 젊고 KB금융 내부로 봐도 상무 직급 CFO는 이례적이다.
변화와 혁신에 무게를 실은 양 회장의 결단이 읽히는 부분이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체제에 들어 CFO 자리 교체가 잦기도 했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취임 첫 해에 기존 서영호 지주 CFO를 김재관 현재 국민카드 대표로 바꿨다. 그 뒤 또 1년 만에 김재관 사장이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나 CFO가 자리를 채웠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10월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보통주자본비율에 연계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KB금융 콘퍼런스콜 영상 갈무리 >
나 CFO도 올해 지주 재무총괄에 오르면서 받은 임기가 1년이다.
KB금융은 일단 업계 최고 수준의 밸류업 실행에 순항하고 있다.
나 CFO는 2025년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KB금융은 종합적으로 견조한 이익체력 증가와 안정적 자본관리 기조를 균형감 있게 유지하고 있다”며 “연간 순이익 규모에 따라 변동성은 있겠지만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시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하반기 8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 계획을 포함해 2025년 전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1조67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현금배당 1조3400억 원 규모를 더하면 2025년 전체 주주환원 금액은 3조100억 원이다.
KB금융은 올해 은행주 최초로 주주환원율 50% 달성도 확실시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2025년 KB금융 주주환원율은 52~54% 수준이다.
경쟁 금융지주들이 2027년 등을 목표로 중장기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내세운 것과 비교하면 밸류업 리딩금융으로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 2024년 주주환원율이 39.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적으로도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나 CFO는 지속적 주주환원 확대에 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나 CFO는 24일 실적발표에서 KB금융의 하반기 자본관리 정책 방향에 관해 “위험가중자산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하고 실행력을 바탕으로 밸류업 공시에서 발표했던 주주환원 계획을 일관되게 이행하겠다”며 “KB금융의 주주환원에 관한 확고한 의지와 약속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나 CFO는 “KB금융의 주주환원 규모가 과거와 비교해 전향적으로 확대되면서 불가피하게 올해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일부를 내년 초로 분할 집행하게 됐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은행, 증권 등 계열사 중간배당으로 2026년도 배당가능이익을 여유 있게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나 CFO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 팀장, 국민은행 성수역종합금융센터 지점장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지주 재무기획부장을 맡았고 올해 1월 KB금융지주 CFO에 올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