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 기자 sollee@businesspost.co.kr2025-07-29 15: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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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CGV가 아시아 지역 사업을 이어갈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정종민 대표이사(사진)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CJCGV가 아시아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CGI홀딩스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아시아시네마그룹(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으로부터 최근 드래그 얼롱(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보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글로벌 진출을 강조한 가운데 해외사업에 정통한 정종민 CJCGV 대표이사로서는 아시아 사업 철수라는 달갑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29일 극장업계에 따르면 CJCGV의 아시아 지역 영화관 관리 지주사인 CGI홀딩스의 지분 17.58%를 보유한 2대주주 미래에셋증권 PE본부와 MBK파트너스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강제 매각 권리를 행사하기로 CJ 측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CJCGV는 아시아시네마그룹이 가진 CGI홀딩스 지분 17.58%를 놓고 8월1일까지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CJCGV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아시아시네마그룹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로 CJCGV가 가진 CGI홀딩스 지분까지 함께 매도할 수 있다.
CGI홀딩스는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3곳에서 CJCGV 사업을 총괄한다. 따라서 동반매도청구권이 행사되면 CJCGV는 아시아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아시아 사업 철수는 CJ그룹의 흐름을 역행하는 선택으로 읽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CEO 경영회의를 열고 “K푸드와 K콘텐츠, K팝 등 글로벌 문화 트렌드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으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 CJ올리브영 등 CJ그룹 주요 자회사는 일제히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주문을 받은 정종민 대표이사가 아시아 사업 철수라는 선택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 대표는 CJCGV 터키법인장을 지내며 2020년 당시 224억 영업손실을 내던 튀르키예 사업 실적을 지속 개선해 2024년 영업이익 21억 원을 내는 흑자 회사로 탈바꿈시킨 이력이 있다.
이처럼 해외 사업에 정통한 정 대표로서는 아시아 사업 철수가 아쉬운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콜옵션을 선뜻 행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CJCGV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CJCGV는 올해만 해도 5월 신종자본증권 400억 원을 발행한 데 이어 현재 사채 1천억 원 발행을 준비하는 등 외부 자금 조달을 계속하고 있다. 1분기 말을 기준으로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 모두 1조579억 원을 안고 있고 부채비율은 622%로 매우 높다.
CGI홀딩스가 총괄하는 아시아 산업은 CJCGV의 전체 멀티플렉스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1분기 말을 기준으로 CJCGV 전체 극장 538개 가운데 CGI홀딩스의 지분은 267개로 절반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71개와 베트남 83개, 중국 113개로 특히 베트남에서는 시장 45%를 점유하는 1위 사업자다.
국가마다 서로 다른 사업 실적을 내고 있는 점도 정 대표의 결정을 어렵게 할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중국 매출은 2519억 원으로 2023년보다 22.1% 줄었다. 영업손실도 16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2024년 영업이익 263억 원을 내며 2023년보다 89.2% 성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2023년보다 13.4% 늘어난 영업이익 127억 원을 냈다.
아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되면 CJCGV 해외 극장은 튀르키예 77개와 미국 2개가 남는다. 사실상 국내 사업에 집중하게 되는 것인데 국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태다.
▲ CJCGV는 아시아 지역에 인도네시아 71개와 베트남 83개, 중국 113개 등 극장 모두 267개를 운영하고 있다. < CJCGV >
2024년 국내 매출은 7588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보다 1.9% 줄어들었다. 영업손익도 손실 76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영화 흥행작 감소로 전체 영화 시장이 줄어든 가운데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증가해 적자를 기록했다고 CJCGV는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관람객 점유율 48.9%를 차지한 1위 사업자이지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사이 합병이 이뤄진 뒤에도 1위 자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아시아 사업에서 철수한다면 국내 영화관보다는 자회사 CJ4D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기술특별관 사업에 더 힘을 싣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종민 대표는 6월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3월 열린 임직원 타운홀 미팅 등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크린X와 4DX 등 특별관 사업을 강조해 왔다.
콜옵션 행사 여부를 놓고 CJCGV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CJCGV의 아시아 지역 통합 법인 설립은 2019년 이뤄졌다.
당시 CJCGV는 기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합해 CGI홀딩스를 세우고 그 지분 28.57%를 아시아시네마그룹에 3336억 원에 매각했다.
이때 CGI홀딩스의 홍콩증시 상장이 실패할 경우 CJCGV가 아시아시네마그룹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과 동반매도청구권 조항이 주주 사이 계약에 포함됐다.
이후 상장이 어려워지자 2024년 7월 CJCGV는 아시아시네마그룹 보유 지분 8.7%을 1263억 원에 취득하며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시기를 올해로 연장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