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7-28 16: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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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던 2분기, 실적발표 전면에 4대 금융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나섰다. 밸류업시대, 4대 금융이 앞다퉈 주주환원에 힘을 주면서 지주 CFO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 CFO를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밸류업의 핵심 ‘보통주자본비율’을 관리하는 사람들
② 주주환원의 새 기준을 제시한다, KB금융 양종희 호의 새 곳간지기 나상록
③ 신한금융 밸류업 키워드는 ‘소통’과 ‘속도감’, 진옥동의 선택 신한금융 천상영
④ 함영주 연임 숨은 공신 하나금융 박종무, 주주환원 확대 ‘이상무’
⑤ 지주 출범부터 밸류업까지, 우리금융 임종룡의 ‘믿을맨’ 연륜의 이성욱
[비즈니스포스트] ‘위험가중자산(RWA, Risk Weighted Assets).’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낯설지만 금융주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다.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산출하는 데 쓰이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는 현재 보통주자본비율 13% 이상 유지를 기준으로 주주환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통주자본비율 13%를 지키는 선에서 남는 자본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것이다.
▲ 4대 금융지주가 밸류업에 힘을 실으면서 각 지주 CFO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주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주주환원 규모가 커지는 셈인데 이를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중요하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보통주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적을수록 높아지는 구조다.
간단히 보면 위험가중자산이 적으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금융업은 업의 특성상 자산 축소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돈을 빌려오든 빌려주든 자산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은 그 과정에서 건전성을 고려해 무분별하게 자산을 늘리지 말고 위험을 고려해 늘리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위험한 자산은 더 큰 가중치가 적용돼 위험가중자산을 더 빠르게 늘리고, 안전한 자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가중치가 붙어 위험가중자산 증가 속도를 더디게 한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 위험가중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주주환원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인 셈인데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에서 현재 이 역할을 맡은 이들이 바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는 개별 계열사의 살림이 아닌, 금융그룹 전반의 사업과 실적 계획을 짜고 각 계열사의 경영상황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만큼 밸류업 이전부터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거친 뒤 전문경영인(CEO)에 올랐다.
하지만 밸류업시대 지주 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그룹의 곳간지기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곳간이 얼마나 차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곳간 안에 있는 곡물의 질도 함께 보겠다는 것이다.
지주 회장의 머릿속에 있는 밸류업 그림을 구체적 숫자로 뒷받침하고 주주환원 정책 전면에 서는 이들도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다.
국내 주요 금융사는 해외 금융선진국과 달리 CEO가 직접 실적발표회에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채운다.
4대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는 매분기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앞에 나서 실적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에 대답하며 시장과 소통한다.
밸류업이 중요해지는 만큼 지주 최고재무책임자의 소통 강도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과 다르게 실적발표가 생중계 영상으로 진행되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은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실적발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질의응답까지도 실적발표 이후라도 다시 볼 수 있도록 영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 신한금융 유튜브 화면 캡쳐. 천상영 CFO가 질의응답 시간에 증권사 연구원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신한금융>
4대 금융은 실적뿐 아니라 밸류업, 주가 등의 측면에서도 경쟁을 하는 만큼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는 다른 경쟁사 상황도 잘 알아야 한다. 언제든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실적발표를 앞두고 금융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은 실적보다도 어느 순간부터 보통주자본비율과 주주환원 계획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각 금융사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최고재무관리자를 비롯한 재무 쪽 임원들도 시장과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4대 금융 최고재무책임자는 연륜부터 패기까지,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 금융에서 한 사람이 가장 오랜 기간 최고재무책임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2020년 2월 지주 최고재무책임자에 올라 6년째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다. 이성욱 CFO는 1965년 생으로 4대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4명 가운데 나이도 가장 많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와 천상영 신한금융 CFO가 뒤를 잇는다. 박종무 CFO는 1967년 생으로 2023년 1월부터, 천상영 CFO는 1969년 생으로 2024년 1월부터 각 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4명 가운데 유일한 1970년대 생이다. 나상록 CFO는 1972년 생으로 올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에 올랐다. 부사장인 다른 지주 최고재무책임자와 달리 상무 직급으로 KB금융의 밸류업을 이끌고 있다.
4명 모두 일선 은행 지점 경험과 함께 재무, 경영관리 쪽에서 일하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지주 최고재무책임자에 오르기 직전 계열사인 하나증권 경영관리그룹장을 지내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학사 출신이 많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나상록 KB금융 CFO를 제외한 천상영 신한금융 CFO(경영학), 박종무 하나금융 CFO(행정학), 이성욱 우리금융 CFO(경영학) 등 3명이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나상록 CFO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다.
전공을 보면 박종무 하나금융 CFO를 제외한 3명이 경영과 경제 등 상경계열을 공부했다.
4명 모두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평가된다.
4대 금융은 보통 지주 최고재무책임자에게 1년 임기, 혹은 최초 2년 이후 연임 때 1년 임기를 주는데 4명 모두 내년에도 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기 위해선 올해 말 연임에 성공해야 한다.
올해 밸류업 정책을 놓고는 4대 금융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4대 금융 모두 자본정책에서 이미 제시한 로직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안정감보다 속도감을 선택했다”며 “실적도 중요하지만 은행 자본정책의 통념을 갠 2분기로 은행주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바라봤다.
4대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모두 지금의 좋은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졌을 때 연말 인사에서 연임 혹은 역할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4대 금융 한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모두 더 이상 실적발표에서 얼마큼의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며 “밸류업 시대 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주주환원 확대가 핵심 아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최고재무책임자 역할과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