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인수한 샤프가 LCD와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모두 글로벌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공급확대 기회를 잡았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올레드패널 공급을 놓고 샤프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맞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LCD패널의 공급경쟁도 더욱 치열해져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10일 외신을 종합하면 샤프가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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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2분기부터 노트북 ‘맥북프로’ 시리즈에 기존의 비정질실리콘 방식 LCD패널보다 전력소모가 적은 이그조(IGZO) 방식의 패널을 전면탑재한다.
애플이 지난해 말 출시한 맥북프로 신제품이 배터리 수명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으며 판매가 부진하자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탑재해 반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그조 LCD패널은 샤프가 원천기술을 보유하며 주력상품으로 앞세우고 있는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도 이그조 방식의 패널을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다.
IHS는 샤프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이그조 LCD패널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로 과점체제를 구축했다고 추산했다.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10% 정도에 그친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샤프 인수 당시 전체 디스플레이 생산량의 60%를 이그조 LCD패널로, 40%를 올레드패널로 전환하겠다며 기술력과 시장확대에 자신감을 보였다.
IHS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도 애플의 노트북 패널공급 1위업체를 지켜내겠지만 샤프의 이그조패널 공급이 늘어나면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기술전환을 계기로 다른 노트북 제품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기기에도 이그조 방식 패널의 탑재를 확대할 공산이 있다. 이럴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홍하이그룹은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위탁생산하는 폭스콘 공장 주변에서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생산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으며 애플에 디스플레이 공급확대 가능성을 더 높였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샤프와 공동으로 중국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아이폰 공급 전용 올레드패널 생산공장을 신설한다. 실제 양산은 이르면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올해 아이폰 신제품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단독으로 공급받지만 내년부터 샤프가 새로 공급사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처음으로 구체화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홍하이그룹이 아이폰 생산공장 주변에 올레드패널 공장을 신설하는 것으로 볼 때 샤프가 해외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량과 기술력에서 경쟁업체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안정적 공급처도 확보하고 있어 샤프와 경쟁으로 타격을 입을 공산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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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공급할 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중소형 올레드패널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어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의 35% 정도를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해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부터 아이폰의 올레드패널 탑재로 중소형 LCD패널 공급이 줄어들어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노트북 등에 공급하는 중대형 LCD패널 물량마저 줄고 올레드패널 양산이 본격화한 뒤에도 샤프에 밀려 주요 공급사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애플 디스플레이 전담팀을 다른 조직으로 흡수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애플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직개편으로 고객사 다변화를 본격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LCD와 올레드패널사업에서 모두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체적 사업전략을 보여주기 전까지 성장성을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