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불거진 동양생명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향한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을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2014년부터 육류담보대출을 빠르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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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
동양생명은 2007년 육류담보대출을 850억 원 규모로 시작해 2013년까지 대출잔액 규모 1천억 원가량을 유지했다.
그런데 안방보험에 인수된 2014년부터 육류담보대출 잔액을 크게 늘려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기준 3803억 원으로 3년여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육류담보대출은 연 수익률 6~8%로 높은 수준이지만 등기가 없는 육류를 담보를 하는 만큼 고위험 고수익 대출로 분류된다. 이번 사기사건에 은행 등 제1금융권 회사들 및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리스크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다른 보험회사 등은 연루되지 않은 이유로 파악된다.
동양생명이 고위험을 감수하고도 육류담보대출규모를 크게 늘린 이유가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된 뒤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것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저축성보험 고객에게 내줘야하는 보장금리와 동양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 사이의 차이만큼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하는 만큼 운용자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고위험 대출규모를 늘렸다는 것이다.
다른 생명보험회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는 것과 달리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 비중을 늘려도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을 통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등 자산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이 알려지면서 동양생명이 안방보험에 인수된 뒤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사전감사나 현장검사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육류담보대출 사기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손실은 예상되지만 최근 회사의 체력으로 봤을 때 재무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리스크관리와 관련한 시장의 신뢰는 떨어졌다.
동양생명 주가는 9일 전거래일과 같은 수준인 1만1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27일(1만3700원)과 비교하면 18.6% 떨어졌다.
동양생명이 지난해 3분기까지 보여줬던 순이익의 급증세도 이번 사기사건으로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한 리스크관리 때문에 외연확장에도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육류담보대출과 관련된 충당금 적립규모에 따라 동양생명의 4분기 이익은 크게 변동될 여지가 있다”며 “육류담보대출과 관련된 충당금 적립률을 19%로 가정할 경우 4분기에 507억 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동양생명의 4분기 순이익 전망치인 100억 원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인데 적립률이 더 높아지면 4분기 적자규모 예상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을 계기로 동양생명이 펼치고 있는 성장 중심의 전략에 시장의 의구심이 더욱 증폭됐다”며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리스크관리와 관련한 구체적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