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해 후보를 추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해 있는데 경영능력 면에서 엇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행장이나 위 사장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며 이 장단점이 회장 선임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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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은행장. |
신한금융 관계자는 9일 “차기회장을 선임하는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조만간 두 번째 회의를 열어 자회사의 전현직 CEO 10여 명 가운데 3~4명을 차기회장후보로 추린다”며 “최종적 회장후보 선임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27일 전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행장과 위 사장은 신한금융 회장후보들 가운데 신한금융에서 위상이 높은 계열사의 현직 CEO라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해 경영능력도 입증했다.
신한금융은 회장 선임의 잣대로 △도덕성 △신한금융의 가치 구현 △업무 전문성 △조직관리 역량 △회사의 비전 공유 △공익성과 건전경영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6~7일 신한경영포럼에서 차기 경영진의 평가조건으로 △신한문화 전도자 △고객가치 창조자 △열린 협력을 촉진하는 동반자 △변화의 선도자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사업가 △미래인재의 육성가를 제시했다.
이 요건들을 놓고 보면 조 행장은 신한금융의 주력 수익원인 소매금융(리테일)과 자산운용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한 회장도 조 행장을 신한은행장으로 선임할 당시 “조 행장은 신한은행 리테일부문장 출신으로 지점을 총괄했던 점이 중요하고 요즘처럼 자산운용이 필요한 시점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일하는 등 폭넓은 경력을 쌓아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위 사장은 신한금융의 지주사와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여러 조직에서 일하면서 관리자로서 역량을 발휘했던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한카드 사장으로서 조직을 빅데이터,소통, 핀테크, 글로벌진출 등 네 개의 목적별로 개편해 뚜렷한 성과를 내면서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한 회장이 ‘신한사태’의 상처를 지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신한사태는 2010년 신한금융에서 당시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현 우리은행 사외이사) 간에 벌어진 경영권 내분을 말한다.
조 행장은 신한사태 당시 비교적 중립적 위치를 지킨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위 사장은 당시 신한금융 측 홍보임원으로서 라 전 회장과 연관된 인사로 꼽힌다. 조 행장이 2015년 초 위 사장을 제치고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선임된 데도 이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 사장이 신한사태 이후에도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비교적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위 사장이 지난해 8월 신한카드 사장으로 다시 선임됐을 때 그의 연임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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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
한 회장이 차기회장의 장기집권으로 신한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경계할 경우 조 행장과 위 사장의 비교적 어린 나이가 양쪽 모두에게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금융은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는데 올해 조 행장은 만 60세, 위 사장은 만 59세다. 누가 회장이 되든 두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진원 전 행장이 유력한 회장후보로 꼽혔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1951년생이라 회장이 돼도 연임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며 “조 행장이나 위 사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면 라응찬 전 회장처럼 세 차례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을 한 회장이 염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1951년생)이나 권점주 전 신한생명 부회장(1955년생)이 다음 회장으로 선임돼 세대교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과 이재우 전 신한카드 사장 등도 회장후보로 거명된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26일까지 전체 3~4차례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의 선임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장을 포함한 회추위원 7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지지하는 후보가 회장으로 선임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