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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KT '정보보호 1조 투자' 발표가 반가운 이유, '안전한 통신사로 소버린AI 뒷받침' 응원한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7-18 10: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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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KT '정보보호 1조 투자' 발표가 반가운 이유, '안전한 통신사로 소버린AI 뒷받침' 응원한다
▲ KT가 '안전한 통신사' 선점 전략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의 '모두의 AI' 공약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탈통신을 외쳐온 KT가 모처럼 통신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KT 이제 큰 일 났다. 전 세계에서 해커들이 몰려들 것이다."

지난 15일 KT가 정보보안 경쟁력을 강조하며 앞으로 5년 동안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해커 출신 보안 전문가가 한 말이다. 물론 농담이다.

그는 "내 경험으로 볼 때, 해커들의 도전 의식이 발동될 것 같다. SK텔레콤처럼 뚫려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로 만이 아니라 진짜 행동으로 정보보호를 위해 애써야 할 것"이라며 "'5년 동안'이라는 전제를 단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하는 거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던데, 큰 일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패 장수가 어떤 창에도 뚫리지 않는 방패라고 장담해, 창 장수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KT 행보를 '안전한 통신사' 이미지 선점 전략으로 풀이하며, 오랫만에 통신사 본연의 자세를 보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KT는 2000년대 초 민영화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탈통신'을 외쳐왔다.

이날 서울 센터포인트 광화문에서 열린 ‘고객 안전·안심 활동 기자단 브리핑’에는 명제훈 서비스프로덕트본부장, 황태선 정보보안실장, 이병무 AX혁신지원본부장, 이현석 커스터머본부장, 서창석 네트워크본부장,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 등 KT 주요 임원들이 총출동했다.

다만, 김영섭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KT는 이 자리에서 정보보호 체계를 전면 혁신해, 가입자들이 안심하고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황태선 정보보안실장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라 보안의 기준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KT의 강력한 의지”라며 “기존 대응체계에서 벗어나 선제적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정보보안 태세를 유지 중”이라며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자체 진단과 정부와 합동점검 결과 KT의 보안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통신망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전화선과 광케이블부터 떠올린다. 좀 안다는 사람들도 네트워크 장비를 더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속된 말로 '쌍팔년도' 통신망 얘기다. 지금의 통신망은 그 자체로 '분산형 구조를 가진 수퍼컴퓨터 여러 대가 작동되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가 구축해 운영 중인 통신망에는 서버(컴퓨터) 3만5천여대가 물려 있다. SK텔레콤 통신망에는 4만 대가 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KT 통신망은 이보다도 방대할 것으로 짐작된다.

나아가 통신 3사 통신망마다 데이터센터들이 대거 물려있고, 그 뒤에서 클라우드 시스템이 돌아간다. 통신망이 음성통화용으로 쓰이던 전화선 단계에서 디지털화한 데이터까지 나르는 네트워크 수준을 지나, 이제는 거대한 플랫폼이자 국가 기간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공을 들이는 '모두의 AI' 시대에는 통신망이 더 고도화하고 융합되는 과정을 거쳐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고, 이어 더 높은 단계 통신망에 대한 수요가 생겨날 것이다.

특히 고도화와 안정성 등에서 차별성을 가진 통신망은 새 기술과 서비스 개발과 등장을 견인하고 국가 기간 서비스로 활용되며 남다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은 "탈통신"을 외치며 이를 외면해왔다. 통신 시장을 레드오션(완전 포화 상태)으로, 통신망 고도화 투자를 '꼰대 경영'으로 간주하며, 부동산 개발과 콘텐츠 서비스와 금융 등 '다른 밥그릇'으로 눈을 돌렸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KT에선 '낙하산' 논란이 큰 최고경영자일수록 당장 새로운 실적에 집착하며 이런 행보를 더욱 노골화했다.  

당연히 통신망 고도화 및 유지보수 투자는 축소됐다. 통신 3사의 설비투자(케펙스) 모두 추세적으로 감소해왔다. 2019년 5G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잠깐 늘었으나 이후 다시 줄고 있다.

이를 통해 영업이익을 늘려 연임 도전 및 성과급 실적으로 삼았다.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축소하거나 자회사로 분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KT 안팎에선 통신망 고도화와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는 네트워크부문 조직을 분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세계 최강 수준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통신망 품질(성능과 안정성 등)은 20위 가까이로 밀려났다. 또한 통신망 화재와 장애,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통신사들은 28기가헤르츠 대역 5G용 주파수도 일제히 반납했다. 정부가 통신사들의 도전적 투자로 새로운 산업을 열자는 취지로 할당했는데, 통신사들은 투자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반납했다.

정부는 그동안 통신사들이 통신망 구축 및 기술 개발과 새 산업 창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통신 요금을 적정 수준(원가+투자보수율) 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시장 원리와 투자 재원 마련 등을 명분으로 정치권과 소비자단체 등의 요금인하 요구도 '보이지 않게' 가로막아줬는데,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팎에선 '차라리 통신 3사의 네트워크부문을 분리해 통합하는 방식으로 공사 형태의 통신망 구축·운영 전담 회사를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  

통신망 품질의 한 축을 차지하는 통신망 보안도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최근에는 SK텔레콤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뚫렸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KT '정보보호 1조 투자' 발표가 반가운 이유, '안전한 통신사로 소버린AI 뒷받침' 응원한다
▲ 이병무 KT AX혁신지원본부장(왼쪽)과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이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센터포인트 광화문에서 열린 ‘고객 안전·안심 활동 기자단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래서는 'AI 100조 투자'를 통해 전 국민이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두의 AI' 시대를 열고, 우리나라를 '세계 3대 AI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도 실현이 어려워진다.

통신망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사여서다.

이재명 정부 쪽에서도 KT의 '5년간 정보보호 1조 투자' 계획이 반갑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투자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통신망을 부가가치가 높은 블루오션(도전 기회가 많은) 사업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길 기대한다.

통신사 출신의 대학교수는 "AI 흐름으로 컴퓨터 주변기기 칩 공급업체로 머물던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으로 뜬 것처럼, KT도 AI 흐름을 기반으로 통신을 '통신+' 내지 '통신++' 발전시키고,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도전해볼 만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AT&T, 중국 차이나텔레콤, 영국 보다폰 등 글로벌 통신사들이 부동산개발과 금융서비스 같은 시장에 새로 진출한다는 얘기를 들어봤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 통신사 고위 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데이터센터가 왜 원전이나 수력발전소 근처로 안가고 수도권에 있으려고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발생한 트랜젝션(데이터 처리) 요구의 경우, 충청권 이남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로 보내 처리해 가져오게 하면 거리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지연 현상이 생긴다. 트랜젝션의 종류에 따라서는 이게 클라이언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임원은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망(송전망)부터 보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얘기를 꺼냈지만, 뒤집어보면 통신망 고도화를 통해 트래픽 지연 현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논란을 줄이며 송전망 확장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싶디고 하다.

어쨋건 통신사들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해 시장을 키우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벨 톰바즈 에릭슨코리아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모빌리티 리포트' 발간 간담회를 하며 "AI와 AI 에이전트가 활성화하려면 더 빠른 속도와 저지연성 기능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영섭 KT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총 때까지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차기 최고경영자가 선임돼야 하는데, 김 대표도 연임 도전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연임 도전 때 탈통신 말고 '통신+' 내지 '통신++' 비전을 제시하고, 정보보호 투자에 이어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설비투자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 어떨까.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 및 '세계 3대 AI 강국'의 한 축을 자임하고 나서는 것이다. 

참고로 덧붙이면, 2000년대 중반 군이 초고속인터넷 망 구축을 격오지 소규모 부대까지 확대하는 사업을 발주한 적이 있다. 당시 SK텔레콤 수주가 유력했는데, 갑자기 KT로 사업자가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무사(지금은 방첩사)가 보안성을 검토하며 홍수 등으로 통신망이 휩쓸려나갔을 때 얼마나 빨리 보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SK텔레콤은 다른 지역에서 보수 인력을 모아와야 한다고 밝혔고, KT는 근처 통신망 유지보수 인력을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른 사업자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KT의 강점이지만, 낙하산 사장들은 이런 배경 이야기를 모르고, 알아도 자신의 실적으로 잡히지 않으니 외면할 뿐만 아니라 이런 특기를 갉아먹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덧붙였다.

'통신+' 내지 '통신++'에는 통신을 돈벌이 수단을 넘어 소명으로 여기는 경영철학이 담겨야 한다. AI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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