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6-26 15: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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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F&F 대표이사의 테일러메이드 인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비즈니스포스트] 김창수 F&F 대표이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글로벌 브랜드 보유 기업’ 전략이 벽에 부딪혔다. 4년 전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5천억 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핵심 투자자로 나섰지만, 최근 본격화된 매각 국면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표면적으로는 최대 투자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여기에 직접 인수를 위한 자금력도 충분하지 않아 핵심 투자자로서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F&F가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쥐고 있는 사모펀드의 매각을 저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F&F는 2021년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가 주도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558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핵심 투자자로 참여하며 우선매수권과 사전동의권도 확보했다. 사전동의권은 테일러메이드의 매각 등 주요 경영 결정 시 F&F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일종의 ‘방어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F&F가 보유한 사전동의권이 실제 매각 저지 수단이 될 수 있을 지는 해석이 엇갈린다.
자본시장법 제249조14항에 따르면 펀드 운용사(GP)인 센트로이드는 투자 대상 기업(테일러메이드)의 지분 매각 시기, 가격, 의결권 행사 등 핵심 경영사항에 대한 결정을 제3자인 유한책임출자자(LP), 즉 F&F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해석할 여지가 존재한다. 이는 펀드 운용사가 자산 처분과 경영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자본시장법의 기본 취지를 반영한 조항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F&F가 사전동의권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실제 매각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전동의권은 운용사의 고유한 의사결정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 쟁점은 양측 계약서에 명시된 매각 관련 동의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둘러싼 해석차이다. 해당 조항이 운용사의 고유 권한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수준인지, 아니면 단순한 협의 절차에 불과한 지를 놓고 법적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업계에선 김창수 회장이 애초에 테일러메이드를 ‘자체 브랜드’로 확보할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센트로이드가 인수를 빠르게 밀어붙이면서, F&F 역시 급박한 일정 속 특수목적회사(SPC)에 직접 들어가는 대신 펀드에 자금을 넣는 방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투자 구조에서 중요한 갈림길로 평가된다. 통상 펀드에 투자하는 유한책임출자자는 자금을 댈 수는 있지만 경영이나 매각 등 핵심 의사결정 참여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특수목적회사의 주주로 직접 참여했다면 테일러메이드 지분에 대해 실질적 결정권을 가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미스토홀딩스(전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인수 사례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스토홀딩스는 2011년 미래에셋파트너스프라이빗에쿼티7호와 특수목적회사 알렉산드리아홀딩스를 설립한 뒤 아쿠쉬네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주주로 직접 참여한 만큼, 브랜드 운영과 관련한 핵심 결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였다.
▲ F&F는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테일러메이드>
그렇다고 해서 F&F의 테일러메이드 인수 시나리오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F&F는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를 실제로 행사하려면 4조~5조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최근 센트로이드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제프리스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테일러메이드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최근 몇 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기업가치도 가파르게 올랐다. 2021년 17억 달러(약 2조1천억 원)에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던 센트로이드는 이번 매각에서 약 5조 원의 몸값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F의 지주사 F&F홀딩스가 보유한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2075억 원이다. 여기에 테일러메이드의 상각전영업이익 3213억 원을 상환재원으로 레버리지 5~6배 수준의 인수금융을 조달한다고 해도 최대 3조 원 안팎이 현실적 한계다. 기존 투자금 5580억 원을 더해도 실제 인수에 필요한 자금에는 여전히 1조 원가량의 격차가 발생한다.
물론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센트로이드가 펀드 운용사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향후 협상 구도는 F&F 쪽에 유리하게 전개될 여지도 있다. 펀드 정관상 전체 투자자의 3분의2 이상 동의가 있을 경우 운용사를 해임할 수 있다.
F&F는 센트로이드가 자신들과 따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다른 유한책임출자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펀드 내 다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센트로이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는 사안이다.
센트로이드는 해당 계약이 공식 합의서에 기반한 것이고 다른 투자자들도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F&F는 여러 차례 다른 투자자들에게 계약 내용을 고지하라고 요청했지만 센트로이드가 이를 끝내 거부했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운용사 해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리는 전망이 우세하다. 테일러메이드의 몸값이 크게 오른 만큼 상당수 투자자들은 예정된 매각을 통한 ‘엑시트(회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F&F가 운용사 교체에 필요한 지분 비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F&F 관계자는 “F&F는 최대 출자자로서 처음부터 인수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현재에도 변함이 없다”며 “최근 센트로이드가 진행하고 있는 테일러메이드의 매각 절차에 대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