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면 서둘러 이들의 성과를 따라잡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7월1일 '성장을 위한 전환: 재생에너지 혁신의 마지막 기회'을 주제로 2025 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정부, 학계, 기업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 방안을 논의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포럼을 앞두고 6회에 걸쳐 재생에너지 전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
[비즈니스포스트]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상풍력 발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너도나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업계는 촉진을 위한 특별법 통과로 변곡점을 맞았고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한 이재명정부도 출범해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설치비용이 비싸고 국내 기업 관여도도 낮아 중요성이 한층 높어진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차세대 동력원으로 떠오르는 해상풍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지자체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라남도는 지난 20일 국회 입법조사처 등과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이 계획된 기후에너지부 유치를 건의했다. 전남에 전국 해상풍력 허가용량의 61%인 18.7기가와트(GW)를 확보한 만큼 재생에너지 분야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11일 “전남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1176GW로 전국의 16% 수준이며 1위에 해당한다”며 “최전선 현장에서 답을 찾아 온 전라남도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전남형 에너지 전환 모델을 국가정책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해상풍력 시장에서 주도권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8일 ‘제22차 부산미래혁신회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해수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양풍력과 조선 업무 등을 해양수산부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경제부시장이 단장을 맡은 투자유치사절단을 스웨덴과 노르웨이, 벨기에 등 3개국에 파견했다. 현지에서는 울산 앞바다에 750메가와트(MW) 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문무바람’을 추진하는 헥시콘과 면담도 진행했다.
▲ 울산항에서 동쪽으로 약 60~70km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조성이 계획된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가 추진하고 있으며 포스코이앤씨가 기본설계를 맡는다. <에퀴노르> |
해상풍력발전 보급을 촉진하는 특별법이 2026년 3월26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 수익을 지역에 나누는 ‘햇빛·바람 연금’을 언급해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보 차원이 아닌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하는 방향성도 보여 지자체 사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8일 부처별 업무보고를 시작하며 배포한 새 정부 정책 해설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 광주와 전남 등 서남권을 AI와 재생에너지 기반 미래산업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많은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전력 수급이 중요해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전력원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정책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다만 해상풍력은 경제성이 떨어져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설치 및 운송비용이 높아 재생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전력생산비용 지표인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지난해 기준 해상풍력 271~300원/kWh(추정)로 육상풍력(20MW 및 40MW 규모)의 177~178.7원/kWh보다 높고 지상형 태양광 의 115~136원(kWh)의 두 배를 웃돈다.
정부가 그만큼 산업을 키우거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로 비용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또한 앞으로 실제로 설치될 지역의 반대 목소리도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풍력특별법 통과로 일단락됐지만 수산업계는 수협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어업권 침해를 이유로 해상풍력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바라본다. 당장 최근에도 대규모 풍력단지가 추진되는 전남 고흥과 울산에서 지역주민들은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가 해상풍력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풍력발전을 키우려면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의 약진이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에너지 안보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최대 풍력터빈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밍양(Ming Yang, 明阳风电)이 스코틀랜드에 새 공장을 지어 북해 풍력발전단지에 설비를 공급하려는 계획을 두고 영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밍양이 국유기업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고 미국 안보당국을 중심으로 중국산 풍력터빈에 전자 감시장비가 탑재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데 따른 것으로 바라봤다.
▲ 해상풍력은 육지와 가까운 지역에 설치되는 고정식과 먼 바다에 설치되는 부유식으로 나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빠르고 강한 바람을 활용해 전기 생산 효율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해상풍력 개요. < SK에코플랜트 > |
해상풍력에서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국내 기업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씨에스윈드 등이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 터빈을 주로 공급하며 제주 탐라해상풍력과 전북 서남해상풍력, 제주한림해상풍력 등 국내 해상풍력 기업 가운데서는 최다 공급실적을 지니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으로 베스타스와 지멘스 가메사 등 글로벌주요 터빈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23년에는 덴마크 기업을 인수하며 하부구조물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상풍력에는 건설업계와 조선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해상풍력 기본설계 등의 시장에 진출해 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해상풍력 발전설비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풍력발전 핵심 부품인 터빈과 블레이드, 발전기 등에서 대부분의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며 “해외 공급망 의존은 외부 요인에 따라 프로젝트 비용을 늘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차질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풍력 발전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국내 공급망 자립이 필수적이다”며 “정부는 국내 제조업체가 풍력 발전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