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6-2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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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면 서둘러 이들의 성과를 따라잡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7월1일 '성장을 위한 전환: 재생에너지 혁신의 마지막 기회'을 주제로 2025 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정부, 학계, 기업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 방안을 논의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포럼을 앞두고 6회에 걸쳐 재생에너지 전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씌어진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자 강력한 기후대응 정책을 펼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지급, 에너지 고속도로 등을 구체적 정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력망 문제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낮은 생산성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기후대응 정책 시행 의지를 나타낸 가운데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 각 부처별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보고 받은 뒤 구체적 정책 계획을 수립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16일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식에서 "기후대응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장기 과제는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연차별 실행계획을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총괄할 핵심 부서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나눠 맡은 업무를 통합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MBC뉴스투데이에서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이는지를 총괄하는 부처는 환경부인데 정책 실행 수단은 대부분 산업부가 가지고 있다”며 “정책기능은 환경부에 있는데 실제로 그 실행 기능은 산업부에 있다 보니까 다른 부처가 시키는 꼴이라 기능을 통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게 여러 국가들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탄소중립·기후분야 정책은 경제2분과에서 담당한다. 경제2분과는 산업부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을 소관부처로 둔다.
산업 부문을 관장하는 경제2분과에서 기후대응 정책 수립을 담당한 만큼 향후 기후 분야 국정과제는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짜여질 것임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RE100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는 명확한 지향점을 갖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화석연료 발전을 넘어서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력망에 통합시키는 신뢰할 만한 발전설비를 갖추거나 높은 효율의 전력 저장 설비가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전력망이 확대되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의 변동성 때문에 수요 이상으로 과도한 전력이 공급될 때 발전 설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출력 제한이 증가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에너지 분야 대표 공약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18일 국회 기후위기탈탄소 경제포럼 토론회에서 “정부는 전력 송전망과 재생에너지, 산업 클러스터 위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RE100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며 “분산형 전력망을 활용해 전력 공급망과 전력 계통 거버넌스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라남도 해안에 위치한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연합뉴스>
태양광 이격거리(안전을 위해 띄우는 거리)나 풍력 터빈 높이 제한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규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태양광 시설에 대한 안정성 우려를 반영해 주택가와 학교 등 시설문 인근에는 태양광 패널이나 생산 시설을 두기 어렵도록 하는 조례를 두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4년 12월 발간한 ‘태양광 발전 이격거리 규제 현황과 쟁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9개가 태양광 발전 이격거리 관련 규제(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임길환 분석관은 보고서에서 “정부의 권고안과 인센티브를 통해 기초지자체의 자발적인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되 법률 개정 등 구속력 있는 정책수단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대규모 신규 태양광 발전소 건설 용지 마련이 녹록지 않아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양적 보급 확대를 위해 대규모 신규 개발이 가능한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할 내용에 대규모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시장 확대, 국내 풍력발전 소부장 공급망 강화 등의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풍력 터빈 높이 제한은 해상풍력 발전 확대의 걸림돌이다. 풍력 터빈 높이란 해수면으로부터 해상풍력 발전기 날개(블레이드) 최상단까지 측정한 길이를 뜻하는데 국방부는 이를 500ft(약 152.4m)로 제한하고 있다.
국방부의 풍력 터빈 높이 기준에 맞추면 국내에 설치 가능한 해상풍력 발전기는 최대 3~5MW 규모로 제한된다. 최소 10MW 이상 터빈을 사용해야 경제성이 확보되는 해상풍력 사업자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기준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해상풍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부처들의 협의를 통해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전남 신안군 지역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공고했다. 전남 신안의 해상풍력 단지는 3.2GW 규모로 단일 단지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전라남도는 단지 지정 과정에서 국방부, 해수부, 행정안전부 등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152m 이하로 제한됐던 터빈 높이 규제를 없애면서 사업 추진의 걸림돌을 치울 수 있었다.
▲ 제주 김녕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사업을 주도해야 할 한국전력(한전)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다는 점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장애물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에너지경제 및 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40조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의 상황을 두고 “전력망 확장 및 현대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충과 기후위기 대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게 꼬여 있는 제도와 규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셸 김 IEEFA 한국담당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녹색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