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가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시장에서 독주하면서 국내 콘텐츠산업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토종 콘텐츠 관련 회사들은 이미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 탓에 일감이 줄어들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 가운데 콘텐츠업계를 향한 지원 확대를 꼽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재명·김문수·
이준석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28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콘텐츠업계의 경쟁력 확대를 향한 공약이 다른 경제 공약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은 모두 온라인으로 주요 공약을 올려놓았는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백신, 수소, 미래차, 양자기술, 디지털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엔진과 관련한 지원책이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 비용을 확대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데 후보 대부분의 시각이 일치했다.
자연스럽게 콘텐츠업계의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의 핵심이 첨단기술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한국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콘텐츠 제작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가중될수록 한국의 콘텐츠산업이 일본처럼 무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콘텐츠 관련 공약을 보면 다소 추상적인 문구 일변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문화예술과 관련해 ‘K-컬처 문화강국 달성’이라는 제목 아래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한국의 문화재정은 올해 기준 국가 총지출의 1.33%에 불과한데 이를 문화강국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며 “K콘텐츠 창작 전 과정에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K컬처 플랫폼을 육성해 콘텐츠 제작부터 글로벌시장 진출, 콘텐츠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상 제작에 필요한 스튜디오 등 제작 인프라를 공공부문에서 적극 확충하겠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후보의 경제 공약과 관련해 “AI 대전환, 벤처 투자, 스마트농업, 문화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일부 제시하고 있으나 공약집 부재로 인해 경제 전반에 대한 구체적 정책 설계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콘텐츠 관련 공약에서만큼은 김문수 후보의 공약이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 후보는 “창작에서 수출까지,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겠다”며 △첨단 콘텐츠 제작·유통 인프라 조성 △콘텐츠 투자·제작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강화 △콘텐츠 창·제작 창의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 혁신 △콘텐츠 수출 지원 및 저작권 보호 등을 세부 정책으로 내놨다.
특히 금융·세제 지원을 놓고 콘텐츠 정책펀드 조성, 제작비 환급 등과 관련한 세제 지원 강화, 문화산업전문회사의 콘텐츠 제작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을 언급해놓은 점이 눈에 띈다.
콘텐츠 기획과 창작, 제작에 이르는 통합적 인력 양성 체계를 지속 정비하고 인공지능 대응 미래 콘텐츠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할 핵심기술 개발 등도 공약에 포함했다.
이준석 후보는 문화 및 예술과 관련한 분야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 넷플릭스의 한국 내 입지는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
콘텐츠를 포함한 문화예술업계를 향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국내 토종 기업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4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OTT 앱은 넷플릭스로 월간사용자 수 1341만 명을 기록했다. 쿠팡플레이(738만 명)과 티빙(511만 명), 웨이브(230만 명) 등 국내 OTT가 그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의 월간사용자 수는 쿠팡플레이와 티빙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네이버의 유료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와 제휴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본력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콘텐츠 생태계에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급의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주요 출연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돈을 대기 힘든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기업은 드라마나 예능 등을 만들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는 것이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스튜디오드래곤을 보면 지난해 매출 5501억 원, 영업이익 364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3년보다 매출은 27.0%, 영업이익은 34.9% 줄어든 것이다. 제작비 상승 기조 등 비용 부담이 이어지면서 제작 건수가 감소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콘텐트리중앙 역시 지난해 콘텐츠 제작회사 SLL에서 매출 4701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보다 17.4%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주연급 배우들조차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예전보다 대폭 줄었다고 토로하기까지 한다. 예전에 방송에서만 얼굴을 보였던 배우들이 최근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연극계로 진출하면서 무명 연극배우들이 무대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도 연극계에서 들린다.
정부에서도 넷플릭스의 부정적 영향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강화되면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조사했다. 이는 미디어 시장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업계의 설문조사를 거쳐 작성된 것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