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5-27 10: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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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글로벌 시장을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어서 기업들은 글로벌 HR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유정록 그로쓰본부장은 “반도체, 자동차, 가전, 조선, 철강, 화학 분야의 기업들이 기존의 HR전략으로는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 유정록 커리어케어 그로쓰본부장이 비즈니스포스트와 국내 제조기업들의 인재전략 변화 필요성에 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커리어케어>
비즈니스포스트는 26일 커리어케어에서 테크놀로지 전문 컨설턴트 조직을 이끌고 있는 유 본부장을 만나 국내 제조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HR 전략 변화의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근 제조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
"국내 주요 제조회사들은 1기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현지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는데, 최근에는 기존 투자를 재검토하면서 투자 규모와 속도, 생산 규모 조정 같은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 아직 미국 현지화를 시작하지 못한 기업은 입장이 다를 것 같다.
"맞다.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관세정책과 환율 리스크에 대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관세협상 결과를 지켜보면서도 생산공장 다변화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식품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 현지공장을 운영중인 농심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현지화 전략과 관세 헷지, 글로벌 마케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 인재 채용 전략에도 변화가 있나.
"제조기업들에게는 늘 수준 높은 개발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연구소와 생산 거점이 미국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인재 영입도 활발해졌다. 연구개발(R&D) 고급 인재의 경우 해외에서 활동하는 직원을 국내로 복귀시키거나, 현지법인에서 직접 채용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장치산업에서는 원료 구매 전문가 채용이 늘고 있다. 원료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희귀자원을 신속히 조달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원료 수급처와 장비 공급업체의 다각화 필요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최근 기업들이 많이 찾는 인재가 있다면.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다. 모든 제조기업이 현지화를 화두로 삼으면서 공급망 전반을 현지화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SCM 전문가가 필수 인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글로벌 프로젝트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기업 간 인재 쟁탈전이 치열하다. 파격적인 처우와 복리후생, 이직 방지를 위한 카운터 오퍼가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 어떤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적인가.
"현지화 준비가 미흡하거나 계획단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공장부지와 세제, 대기업과 협업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경험자를 찾고 있다.
내부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이다. 특히 M&A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 현지화를 직접 추진하기보다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진출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
- 기업에게 HR 측면의 대응전략을 제시한다면.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중심으로 핵심인재 채용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탈세계화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지역별 맞춤 전략을 세울 수 있는 현장형 인재 확보가 중요해졌다.
조직 구성도 현장형 인재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존 거점과 신설 거점 인력의 이중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 관련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글로벌 인재 풀을 재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R&D, AI, 반도체 설계, 공정 전문가들은 국가를 따지지 않는다. 따라서 차별적 조건을 제시해 기술인재를 영입하고 이탈을 막아야 한다."
- 채용을 넘어 HR 전반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HR 체계를 갖추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인재전략의 한 축이다. 국가를 넘어 인력을 배치하거나 현지 인재를 채용할 때는 고정적 조직 운영보다 프로젝트 기반의 유연한 배치가 효율적이다. 그렇게 해야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고, 직원의 적응력을 높여 인재 유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인재 영입은 기업에게 항상 중요한 숙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문기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필요가 있다. 커리어케어처럼 현업 경험이 풍부한 헤드헌팅회사를 활용하면 인재 확보에서 조직 안착까지 잡음을 줄일 수 있고, 채용 속도와 후보자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 본부장은 “위기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빠른 대응이 필수”라며 “변화가 감지되는 순간 즉시 움직여야 한다”면서 “앞으로 시장 경쟁력은 얼마나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