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와 지멘스가 100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준하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2일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장수기업의 엇갈린 운명’이라는 보고서를 내 GE와 지멘스, 듀폰의 장수비결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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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 |
GE는 124년, 지멘스는 169년, 그리고 듀폰은 214년 동안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최근 60여년 동안 5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2%에 불과했다. 최근 국내 기업의 생존율 관련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49%가 10년 후 30대 그룹의 50%만 생존할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에는 어떤 업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며 “GE와 지멘스, 그리고 듀폰은 10여년 전부터 미래연구를 시작했고 연구에서만 끝나지 않고 개방형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GE는 2010년부터, 지멘스는 2001년부터, 듀폰은 1998년부터 미래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이와 함께 기업 안팎으로 협력적 연구개발체계를 구축했다.
GE와 지멘스는 여러 분야에서 경쟁적 관계에 있어 미래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비슷한 면도 있지만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서는 달랐다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GE와 지멘스는 미래연구 결과를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 적극 반영해 중점기술을 선정하고 브랜드화했다.
GE와 지멘스는 각각 2015년과 2014년에서 ‘디지털’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 비전을 발표하면서 사업재편을 추진했고 이와 함께 수천여 명의 외부인력을 영입하는 데 힘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GE가 기술과 마케팅부문의 협업체계를 수립해 디지털사업부에 역량을 집중한 반면 지멘스는 본사의 기술개발부문 아래 마케팅과 기술, 벤처투자 사업부를 두면서 전 사업부에서 디지털 관련 사업을 수행하게 했다.
듀폰은 GE와 지멘스보다 먼저 강력한 기술개발 역량을 갖췄지만 사업성과가 나지 않아 다우케미칼에 합병되는 시련을 겪게 됐다고 박 연구원은 봤다.
듀폰은 1998년 이후 농업과 산업, 바이오와 첨단 소재를 포괄하는 통합과학(Integrated Science) 회사가 되기 위해 분야별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주력부문인 농업과 기능성소재의 수익성 악화와 신흥국 부진 등이 겹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2015년 말 결국 다우케미칼과 합병이 결정됐다.
박 연구원은 “GE와 지멘스는 이미 수많은 전문가를 확보했음에도 사업 리더는 외부에서 영입해 신속한 시장 진출에 초점을 뒀다”며 “반면 듀폰은 기술개발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화학사업의 성공 트렌드인 초대형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비용과 인원의 절감에 주력한 점이 실패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