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비만치료제 임상 성공을 발표하며 비만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로 생성한 비만치료제 관련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자 알약으로 먹는 비만약 등장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국내 한미약품과 삼천당제약 등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비만치료제는 주사제형으로만 상용화됐는데 먹는 알약으로 최종 개발에 성공한다면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각)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이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라이릴리는 오포글리프론 3상의 탑라인(주요 지표) 분석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유효성 및 주사용 GLP-1 약물과 일치하는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블록버스터 주사제인 ‘GLP-1’ 약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으나,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약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GLP-1 기반의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임상이 성공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라이릴리가 처음이다. 앞서 화이자와 암젠 등은 먹는 비만치료제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약효 문제로 임상 중단을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추가 결과를 발표하고 이르면 올해 말 품목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주사제 중심의 GLP-1 계열 치료제와 달리 먹는 비만치료제가 상용화되면 복용의 편의성 등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 물론 현재도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활용해 1주일 1회로 투약 편의성을 확보했지만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주사제형과 차이가 없다면 편의성 면에서 앞설 수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은 “GLP-1 시장은 지난해 기준 500억 달러 규모로 현재 주사형 치료제 중심 시장에서 복용 편리한 경구용 치료제로 수요 전환이 기대된다”며 “국내 경구용 비만치료제 관련주도 수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글로벌 비만치료제 현황과 개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90억3700만 달러에서 매년 14.4%씩 증가해 2028년에는 약 373억67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도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대부분 제약 바이오 회사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이런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 한미약품(사진)은 2026년 하반기 GLP-1 기반 비만치료제미약품은 2026년 하반기 GLP-1 기반 비만치료제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를 2026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치료제로 개발 범위를 확대했다. 주 1회 피하주사 제형이다.
이뿐 아니라 한미약품은 2023년 ‘H.O.P 프로젝트’를 출범해 복수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이다. 현재 근육 증가와 지방 감량을 동시에 유도하는 이중효과 기전을 적용한 혁신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이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사람 대상의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체형 조절과 대사 개선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삼천당제약도 이번 임상 결과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천당제약은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변경하는 기술인 에스패스(S-PASS)를 활용해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바이오업체인 디엑스앤브이엑스와 디앤디파마텍 등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GLP-1 계열이 비만 치료의 대표 기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경구 제형은 환자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특수 용기 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 가격도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생존전략을 위해 특화된 경쟁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