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똑같이 서울 시내면세점 탈환에 나섰지만 롯데면세점 롯데월드타워점은 시내면세점을 따낸 반면 워커힐면세점은 실패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하는 동력을 얻게 됐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이 이번 특허심사 대상이 된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내주기로 한 결정을 놓고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박근혜 대통령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만큼 불씨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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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최 회장은 동양매직을 인수하고 패션부문을 매각하는 등 SK네트웍스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워커힐면세점 탈환을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번에서 실패하면서 사업구조개편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은 17일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결과 발표 직후 “더 큰 책임감으로 국내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관광한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을 탈환하면서 글로벌 면세점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투명성과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의 탈환으로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텔롯데는 면세점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은 지난해 기준으로 면세점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이번에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을 탈환하면서 호텔롯데는 상장 후 기업가치가 2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됐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영수 특검의 박근혜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고 이 과정에서 월드타워면세점을 탈환하기 위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내주는 대가로 K스포츠에 거액의 돈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번 면세점 특허는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더라도 시내면세점 특허추가 결정과정에서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부정행위가 있다면 특허가 취소된다”고 말했다.
이런 불리함에서 롯데면세점이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을 탈환하는 데 성공한 것은 롯데그룹이 보유한 면세점 운영 노하우에다 롯데월드타워가 지닌 상징성을 심사위원들이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다시 따내는데 실패하면서 사업구조개편의 퍼즐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최 회장은 4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에 복귀한 뒤 SK네트웍스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패션부문 매각, 동양매직 인수, 렌트카사업 확장 등 사업구조개편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워커힐면세점의 탈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워커힐호텔이 선대 회장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만큼 워커힐호텔을 위해서도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했고 시내면세점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최 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한류관광 및 쇼핑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커힐호텔이 서울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입지의 약점의 극복하는 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허심사 직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하기 전에 박 대통령이 사전에 마련한 '말씀자료'에 시내면세점제도를 개선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보도가 쏟아진 점도 SK네트웍스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