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엔지니어링회사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한때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사업으로 꼽혔지만 해외시장 부진에 따른 건설업계 침체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요 엔지니어링회사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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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
포스코건설은 최근 자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건설이 2008년 5월 대우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지 8년여 만이다.
2000년대 들어 해외수주가 늘어나면서 건설업계는 엔지니어링사업에 공을 들였다. 단순시공에서 설계와 구매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사업으로 전환해야 앞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롯데건설은 2010년 프라임그룹의 엔지니어링회사 삼안을 인수하려 했으나 막판에 프라임그룹의 변심으로 인수에 실패했다.
대우건설 역시 엔지니어링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국내와 유럽의 유력 엔지니어링회사를 검토했지만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한 경험이 있다.
엔지니어링회사의 몸값도 높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한때 삼성물산을 제치고 삼성그룹의 대표 건설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엔지니어링회사들이 선전했던 이유는 해외수주에서 설계와 구매, 시공(EPC)의 일괄 발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설계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유가로 해외사업이 부진하면서 엔지니어링회사 역시 맥을 못추고 있다.
포스코건설에 합병되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영업손실 237억 원을 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해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엔지니어링은 대표적 고부가가치산업이다. 부가가치율이 65.3%에 이르러 제조업(21.1%)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역량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세계 엔지니어링시장 점유율은 2.4%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 점유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은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공사실적과 숙련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시장의 발주경향이 기존 도급방식에서 금융을 연계한 투자개발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프로젝트 개발부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엔지니어링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