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TSMC에 인텔과 합작 생산법인 설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반도체 관세 부과를 무기로 삼아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대만의 핵심 기술인 TSMC의 반도체 노하우가 인텔에 넘어가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관세를 받아들이는 일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현지언론의 분석도 나온다.

14일 대만 CNA는 “인텔과 합작법인 운영은 TSMC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입관세보다 더 불리한 선택지”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대만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에 최고 100%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수입관세를 협상카드로 삼아 외교 및 무역 협상에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도록 하는 전략을 반도체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기관 베어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TSMC가 인텔과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2나노 및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의 노하우를 인텔이 흡수할 수 있도록 해 미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는 자연히 TSMC의 반도체 기술을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자 안보에 핵심으로 앞세우고 있는 대만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TSMC는 이미 일본과 독일 공장에도 현지 반도체 기업 및 고객사들과 협업하는 합작법인 형태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장에 도입되는 미세공정은 최신 기술과 비교해 크게 뒤처져 있어 기술 유출과 같은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미국에는 인공지능 반도체나 고사양 프로세서 등에 주력으로 쓰이는 첨단 공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어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경제연구원은 CNA에 “TSMC가 경쟁사인 인텔과 미국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한다면 기술 유출과 관련한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술 유출을 감수하는 것보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만약 실제로 대만 공장에서 제조되는 첨단 반도체에 관세가 매겨진다면 TSMC는 가격 인상분을 미국 고객사들에 전가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빼앗아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TSMC의 기술 공유를 꾸준히 압박할 공산이 크다.

TSMC가 인텔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거나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맡기는 방안을 미국 정부에서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만 중시신문망은 “TSMC와 미국 정부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사업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며 “다만 TSMC의 반도체 공급망 지배력도 강력하기 때문에 한동안 치열한 힘 대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