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12-04 14: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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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예정된 2016년 11월19일 오후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서 양초와 종이컵 등 집회물품을 팔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통업계가 최악을 치닫고 있는 국내 정치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벌어질 일련의 정치적 상황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 냉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이슈 사례를 살펴보면 정치적 불안정이 소비심리와 유통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전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4일 유통업계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철회에 따라 각 유통채널이 받을 영향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가 국민들의 단체 행동(집회), 탄핵 정국 등으로 이어지면 편의점이 가장 많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이런 상황이 조성되면 백화점은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현재 편의점업계는 계엄 철회 이후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계엄 선포 직후에는 편의점 종사자들의 안전 확보 문제를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 측면에서는 계엄 선포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발표 당일인 3일 오후 11시부터 4일 자정까지 A 편의점 전 점포의 매출을 전주 동시간대와 비교한 결과 통조림 337.3%, 봉지면 253.8%, 생수 141.0%, 즉석밥 128.6%, 건전지 40.6%, 안전상비의약품이 39.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A 편의점에 따르면 주택가 편의점 중심으로 생필품 구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50~60대 고객 수요가 높았다고 A 편의점 현장 직원 및 매장 근무자는 설명했다.
계엄 때문에 외부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염려가 편의점의 생필품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업계는 과거 촛불집회 등 대규모 집회가 열렸을 때 특수를 누렸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은 집회 참가자들의 증가로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A 편의점에 따르면 집회가 열린 2016년 12월3일 광화문 주변 20개 점포에서 삼각김밥 등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했으며 냉장식품, 껌·캔디류, 음료, 라면 등의 매출도 각각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B 편의점 역시 집회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B 편의점은 집회 인근 점포에서 양초, 건전지, 삼각김밥, 핫팩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9년 9월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집회 장소 인근 A 편의점 점포 6곳의 품목별 매출은 전주 대비 300~700% 급증했으며 간편식 제품, 음료, 담배, 건전지 등이 특히 많이 팔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워낙 계엄선포와 철회 사이 간격이 짧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천천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업계는 계엄 사태의 여파가 ‘성탄절 특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백화점이 오전 임원 임시회의를 소집했다가 취소한 것도 계엄 사태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언으로 인해 대규모 집회 가능성이 높아지며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11월12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 <연합뉴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단체행동이 발생한다면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등으로 소비가 크게 증가해 백화점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연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기간 서울 도심 백화점들은 집회로 인한 접근성 저하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11월26일 집회 당시 D 백화점 본점은 겨울 세일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015년 같은 기간보다 11.1% 감소했다. 같은 날 C 백화점 본점 역시 매출이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계엄이 선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해제돼 내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 상황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도 이번 사태의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치솟을 수 있다는 점도 면세업계의 경영환경을 더욱 어둡게 만들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3일 환율은 1402.9원으로 마감됐으나 계엄 선포 이후 급등해 오후 11시50분에는 1446.5원까지 치솟았다. 계엄이 해제된 후인 4일 오후 12시 기준 환율은 1415.1원으로 다소 안정됐지만 정치적 불안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환율은 면세업계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환율 상승은 면세점의 상품 매입 비용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구매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오늘 새벽 환율이 급등했지만 현재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방한 관광객 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 역시 계엄에 따른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계엄 선포로 인해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는 ‘빠른 배송’이 핵심인 만큼 통행금지로 인해 배송이 지연될 경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