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11-21 15: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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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가 여성패션에 이어 남성패션까지 고객층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에이블리>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이사가 ‘맞춤형’과 ‘세분화’를 강조한 쇼핑 경험을 앞세워 남성패션 플랫폼 4910으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강 대표가 3월 시장에 내놓은 4910은 7개월 만에 무신사에 이어 남성패션 플랫폼 2위로 올라섰다. 여성패션 플랫폼보다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덜한 남성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고무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21일 에이블리에 따르면 4910을 통해 여성에 이어 남성패션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4910의 10월 월간 이용자 수는 115만 명으로 출시 7개월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에이블리가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넘기는 데 1년6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는 남성패션 플랫폼의 독보적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무신사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성과로 여겨진다. 무신사는 이커머스 플랫폼 무신사스토어를 설립한 지 11년 만인 2020년 월간 사용자 400만 명을 달성했다. 현재 4910의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5년 안에 무신사와 같은 기록을 달성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통계에서도 4910의 빠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7월 한 달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설치한 패션 애플리케이션’ 조사를 보면 4910은 신규 앱 설치 건수 11만 건을 기록하며 8위에 올랐다. 무신사는 27만 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물론 무신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하지만 해당 조사가 4910 출시 4개월 만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15년 동안 남성패션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무신사로서도 간과하기 힘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4910은 10월 주문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배 이상 증가했으며 자체 최고 거래액을 경신하는 데도 성공했다.
강 대표가 4910을 통해 거두는 성과는 최근 고물가와 이상기후 등의 패션 업계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돋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의류 매출은 16%, 오프라인 패션·잡화 매출은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대표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세분화’ 전략에 주목한 것이 남성패션 분야의 후발주자였던 4910의 빠른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강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화’ 서비스를 4910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4910은 기존 랭킹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인의 체형과 TPO(시간·장소·상황) 등을 고려한 맞춤형 코디를 제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도입한 인공지능 가상 피팅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의 최대 약점인 실착불가에 따른 실패 확률을 크게 줄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월 초 출시된 ‘체형별코디’ 메뉴는 사용자가 자신의 체형 고민과 커버하고 싶은 부위 등을 입력하면 즉시 상·하의부터 패션잡화까지 모든 코디를 추천해준다. 또한 2주마다 새로운 맞춤코디를 제안해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잠금효과(록인효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4910의 맞춤형 서비스는 남성 고객 유치에 가장 큰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적으로 남성 고객은 여성 고객에 비해 패션 쇼핑에 시간을 덜 들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카테고리별로 상품을 세세히 살펴보지 않고도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 번에 제안받을 수 있는 데다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피팅 서비스를 이용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어 남성 고객의 이용 유인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에이블리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추천 코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 대표가 내놓은 4910의 추천코디 서비스는 에이블리보다 종목이 더 간결하고 한눈에 보기 편하다는 장점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4910에서는 상·하의, 신발 등 추천코디가 4개가량으로 정리돼 제공되지만 에이블리는 수십 가지의 코디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여러 고객층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플랫폼 카테고리를 더욱 세분화하기도 했다.
‘가성비’ 메뉴에서는 3만 원 이하의 가격에 1+1의 바지, 티셔츠 등을 제공해 10대 혹은 20대 초반의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3만~5만 원, 5만~10만 원, 10만 원 이상 등으로 가격대별로 품목을 구분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품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강 대표의 전략은 4910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10월 기준 4910의 구매 연령층은 10대 25%, 20대 32%, 30대 22%, 40대 이상 21% 등으로 고르게 분포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4910이 4개월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을 넘어서며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에이블리>
‘피트니스’, ‘축구’, ‘러닝’ 등 운동 종목에 따른 의류도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애슬레저 브랜드가 인기를 끌며 운동복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구성했다고 에이블리는 설명했다.
강 대표가 남성패션으로 보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점점 치열해지는 업계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블리는 현재 여성패션 전문 플랫폼 가운데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밖에 지그재그, 브랜디, W컨셉 등 다양한 동종업계 경쟁기업들이 꾸준히 존재해왔으나 에이블리의 자리를 빼앗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에이블리의 경쟁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해외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테무 등이 국내 여성패션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데다 무신사도 29CM를 앞세워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에이블리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29CM는 최근 빠른 속도로 여성패션 사업을 확장해나가고있다.
2024 오픈서베이 온라인 쇼핑 트렌드에 따르면 연평균 구매빈도는 에이블리가 15.2회로 29CM보다 약 2회 높으나 1회 구매시 지출비용은 29CM가 11만2700원으로 에이블리의 두 배 이상이다.
강 대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패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남성패션으로도 눈길을 돌렸을 것으로 여겨진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남성 고객들이 여성 고객에 비해 모바일 쇼핑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온라인 쇼핑에서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고려했다”며 “남성 고객들이 최대한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쇼핑 행태도 고려해 UI·UX 등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