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포럼에서는 인도네시아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청(OJK)은 물론 현지 진출 국내 금융사로부터 K-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제언들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에필로그를 통해 포럼에서 나온 각 금융업권별 주요 과제를 짚고 포럼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인니 은행당국도 디지털뱅킹 정조준, 사이버 보안 손질로 잠재력 키우기 나서
② 한국에 러브콜 보내는 인도네시아 보험산업, 자동차부터 재보험까지
③ 인도네시아니 금융감독 총괄기관 OJK, 한국과 같으면서 다르다
④ KB증권 인니법인 아드리아누스 “인니 증시 8천 돌파 시간문제, 자본시장 성장 이제부터”
⑤ [인터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 박종진
⑥ [인터뷰]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대리 젤다 울란 카르티카
⑦ 인니 K-금융 경쟁력 강화, 빠르진 않지만 한발 한발 분명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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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안 에디아나 레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은행감독담당 청장이 15일 자카르타 뮬리아 호텔에서 열린 '2024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포럼 in 자카르타'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자카르타(인도네시아)=비즈니스포스트] “인도네시아는 인터넷 사용인구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다. 은행도 이에 따라 디지털 금융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디안 에디아나 레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은행감독담당 청장은 15일 열린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에서 한국 은행의 기회요인으로 디지털 뱅킹을 꼽았다.
인도네시아 전체 은행산업에서 국내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그친다.
은행산업을 꽉 잡고 있는 화교와 일본계 자본에 밀려 시장을 쉽사리 늘리지 못하고 있는데 디지털 뱅킹이 국내 은행 도약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 뱅킹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세대 IT프로젝트, 시스템 개발, 한국 본사와 협업, 자체 IT인력 확충 등을 통해 디지털 뱅킹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특성에서 나오는 ‘씬 파일러(Thin filer)’와 취약한 사이버 보안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현지보다 눈이 높은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을 맞추는 것도 현지 법인의 애로사항으로 평가된다.
18일 OJK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약 2억8천만 명 가운데 26.10%에 해당하는 7천만 명 가량이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과 보험, 투자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사용자는 1억8532만 명, 활성화한 모바일 대수는 2억7561만 대에 이른다.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터넷 이용자가 많은 나라(2021년 기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대면 대출 등 디지털 뱅킹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큰 셈이다. 금융당국 OJK도 이에 따라 디지털 뱅킹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 OJK가 제시한 인도네시아 인터넷 및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현황.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
디안 청장은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에서 “은행 분야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디지털 뱅킹”이라며 "한국 은행도 여러 가지 새 상품과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특출난 것으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디안 청장은 특히 한국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오케이저축은행 등 3곳만 디지털 대출(Digital lend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콕 짚으며 디지털 뱅킹 강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을 내비쳤다.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뱅킹은 비대면 대출 등 은행 업무 전반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영업점 없이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인터넷은행을 떠올리면 쉽다.
국내 은행 현지 법인도 OJK의 은행산업 발전전략을 염두에 두고 디지털 뱅킹에 힘을 주고 있다.
한 은행 현지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대부분 디지털 대출에 관심을 두고 이를 강화하고 있다”며 “OJK가 이를 강조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 OJK가 공개한 8월 기준 국내 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디지털 대출(Digital lending) 취급 현황.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
다만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은 국내 은행이 한국과 다른, 철저히 현지화한 전략으로 디지털 뱅킹 전략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을 높인다.
이른바 ‘씬 파일러’로 불리는 부실한 신용정보 체계가 디지털 뱅킹 대출 확대를 주저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은 대출을 내주려면 기본적으로 대출자가 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는 신용정보가 명확히 알아야 한다. 특히 비대면 대출에서는 부실여신이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민 가운데 은행 계좌를 지닌 사람 비중은 절반 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 관점에서는 상환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씬 파일러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이버 보안 인프라 수준이 한국과 비교해 크게 낮다는 점도 디지털 뱅킹 강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수백만 명의 세금 납부자 번호(NPWP)와 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유출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여권정보, 선거 투표정보 등 국가 주요 정보들이 해킹됐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온다.
취약한 사이버 보안에 따라 국가시설도 해킹에 뚫리는 상황에서 개별 은행이 디지털 뱅킹 보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
다른 은행 현지법인장은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사이버 보안 관련 인프라가 한국만큼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정부 부처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일도 벌어지는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국내 은행이 무작정 디지털 뱅킹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OJK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월에는 인공지능(AI)과 간편결제 등 기술 발전에 은행이 대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회복력 지침(Digital Resilience Guideline)’을 내놓기도 했다.
디안 청장은 “OJK가 디지털 뱅킹을 발전시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 관련 위협이다”며 “OJK는 은행이 사이버 공격에 대응토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은 인도네시아보다 문턱이 높은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도 애로 사항으로 꼽는다.
해외진출 법인은 현지 감독당국은 물론 한국의 감독당국 규제도 함께 받는데 인도네시아의 사이버 보안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금감원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인프라가 약해 한국과 비교해 사이버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본국에서는 국내 규제 수준에 맞추길 바라는 분위기인데 현지 감독당국이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일정 부분 예외를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