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10-16 10: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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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공익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상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세청 공시시스템을 분석해본 결과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편법 상속 수단으로 지목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비정상적 운영 실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씨 일가에 대한 비자금 추징 선고가 1997년에 나온 뒤 경제적 여력을 이유로 추징액을 미루던 노씨 일가의 항변과 달리 같은 시기 900억 가량의 비자금을 별도 관리한 정황이 최근 딸 노소영씨의 이혼 재판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김 의원의 분석이다.
김 의원이 분석한 ‘비자금 흐름도’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진술과 달리 추징되지 않았던 약 2천억 원의 노씨 일가 비자금은 ‘국내’와 ‘국외’로 나누어 은닉됐다.
국내에서는 △현금성 보험 가입(차명계좌 활용) △아들 노재헌씨의 공익법인 악용 등의 수법이 활용됐다. 해외에서는 조세피난처에 1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비자금을 은닉한 정황이 의심된다.
실제로는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옥숙씨는 아들 노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에 걸쳐 147억을 출연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8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옥숙씨는 차명으로 관리되던 자금 등을 동원해 두 차례에 걸쳐 농협공제(현 농협생명)의 ‘새천년새저축공제’라는 유배당저축성보험(공제)에 210억 원을 가입했다.
이 때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 등 8인의 차명계좌가 활용됐었고 김씨는 2007년 검찰조사와 국세청 조사를 받아 해당 진술서가 공개됐다.
김 의원은 “(김씨 사건은) 명백한 조세포탈 및 금융실명제 위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김씨를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은 드러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공시에 게재된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운영 실태를 살펴볼 때 동아시아문화센터가 공익목적의 사업이 아니라 상속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 동아시아문화센터의 2023년 운영성과표 내역. <김영환 의원실>
2023년 국세청 결산서류를 살펴보면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총자산은 약 222억 원이다. 이 가운데 약 91억7천만 원은 부동산 관련 투자 자산, 약 55억 원은 금융상품 투자 자산이며 공익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목적사업(공익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1억9천만 원 수준에 그쳤다.
운영성과표 상세내역을 보면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한 공익사업 지출비용은 총자산 대비 0.3% 수준인 8천만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자산이 고가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증식 목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가 보유한 거액의 불법 비자금이 다양한 수단으로 상속·증여되고 있다는 단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목적 사업 등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익법인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과 수사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온전히 국고로 환수될 때까지 끈질기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