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전체 실적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가 제시됐다.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이 떠오르는 이유가 분명한 전략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외신 및 증권사의 지적이 나왔다.
중장기 시장 전망과 미국 정부의 목표를 고려한다면 파운드리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주주 가치와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업을 추진할 이유는 불분명하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텔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파운드리”라며 “성공을 거둘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2022년 영업손실 규모는 52억 달러, 2023년은 70억 달러, 올해는 상반기에만 53억 달러로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인텔이 2030년 이전에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수 년째 큰 폭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는 인텔이 실적 부진과 투자 비용 증가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반도체 공장 건설 지연, 주주환원 일시중단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효과를 반영한 수치다.
씨티그룹은 인텔 실적에서 파운드리를 제외하면 매출총이익률이 50%를 넘을 것이라며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매각하면 상황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이 효율적 인력 관리와 임직원 사기 진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인텔이 자체 반도체 설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파운드리로 외부 업체의 제품을 위탁생산할 ‘고객 중심의 태도’를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계획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텔 주주들도 더 이상 파운드리 사업을 지금과 같이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 파운드리 분사가 위험 회피 수단일 뿐 충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정책적 목표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의 리스크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혔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대만과 한국 등 해외 국가 기업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인텔은 이런 계획에 핵심 역할을 한다.
미국 기업인 인텔이 고사양 반도체 제조 역량과 설비를 구축하는 일은 국가 안보와 경쟁력,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목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중장기 목표에 비해 인텔이 현재 실적과 주가에 직면한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져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이 다양한 위기 대응 전략을 시험하는 가운데 회사의 운명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 외부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기업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이나 회사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 인수 시나리오는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파운드리를 그만두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