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더라도 분명한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 한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DX1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분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업 재편만으로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위 기업인 대만 TSMC와 기술 격차를 좁혀 잠재 고객사에 인정받기 전까지는 반도체 설계 사업과 동반 부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논평을 내고 “인텔이 3년 전에 제시한 부활 계획은 큰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며 “이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가 왔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며 양측에서 모두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심각한 재무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 파운드리 잠재 고객사 입장에서 설계와 생산을 함께 영위하는 인텔의 사업 구조가 성공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연구개발 및 투자 부담이 늘어나고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확보에도 고전하자 결국 전략을 바꿔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사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파운드리 사업이 반도체 설계 사업과 독립된 경영체제 및 이사회를 갖춰 투명성과 의사 결정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 유출에 대한 고객사의 우려도 덜기 위한 목적이다.
조사기관 퓨처럼그룹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인텔이 파운드리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면 고객사들은 더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며 “재무 측면에서도 긍정적 선택”이라고 바라봤다.
인텔 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들이 공동으로 생산 투자를 진행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독립시키는 것만으로 경쟁력 확보를 자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정 기술력에서 경쟁사인 TSMC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사업 재편 뒤에도 고객사 수주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결국 인텔이 고객사 반도체 또는 자사 제품으로 생산 기술 발전을 증명할 계기를 만들어야만 명예 회복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 파운드리는 최근 매각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텔 주주들과 고객사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금 인텔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 사업은 가라앉는 것을 막으려 손을 맞잡은 한 쌍처럼 보인다”며 “명예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반면 경쟁사들은 이미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