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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08-20 14: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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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마트시티 지피지기 백전불태] UN해비타트의 2022 세계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56.2%는 도시에 살고 있다. 이 수치는 2050년 68.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사람 세 명 중 두 명이 도시에 살게 된다는 의미다.
도시는 이제 인구가 많은 정착지로서 여러 기능이 결합된 생활공간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에게 안전, 이동성, 효율성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인구감소 등 다양한 문제의 솔루션으로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도 여겨진다.
이러한 도시의 가능성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IT기술과 결합한 스마트시티로 구체화된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스마트시티 구축이 진행되고 있고 시민들의 삶에 그 효과가 녹아들어가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과 도시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산업 경쟁력을 높이 쌓아올렸다. 최근에는 민관이 힘을 모아 K스마트시티를 해외건설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수출 상품이자 한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외 스마트시티 현장부터 스마트시티 도입이 예상되는 수출후보지역까지 탐사하고 스마트시티 산업의 현실 경쟁력과 잠재력을 분석 취재했다.

1부 이미 펼쳐진 미래 스마트시티, 인류의 고민을 푼다
2부 한국의 스마트시티, 어디까지 와 있나
3부 도시개발도 이제는 콘텐츠, 뻗어나가는 K도시
4부 한국의 새 경쟁력이자 도약대, K스마트시티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고층 건물과 저층 주거지가 혼재해 있는 모습. <울란바토르=비즈니스포스트>
[울란바토르(몽골)=비즈니스포스트] 초원의 민족에게는 도시가 필요 없었다.

여름이면 풀이 좋은 강가, 겨울이면 찬 바람을 피할 산자락이 보금자리가 됐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필요한 모든 것을 줬다.

초원에서 응축된 힘은 한 때 불세출의 영웅을 만나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그들은 이내 곧 초원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제 몽골인들 앞에는 피할 수 없는 변화가 놓여 있다. 유목만으로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유목민은 점점 정주하는 시민이 돼갔다.

지금 그들에게는 도시가 필요하다.

◆ 평화로운 체제 전환에 성공한 몽골, 급격한 도시화와 정책의 실패

몽골은 청나라에서 독립해 근대 국가를 성립한 이후에도 유목 전통이 비교적 잘 유지돼 왔다.

1992년, 몽골 역사에 거대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공산국가였던 몽골인민공화국이 헌법 개정을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몽골로 나라가 바뀐 것이다.

몽골인민공화국은 1924년 성립된 세계 역사상 러시아에 이은 두 번째 공산국가였다. 하지만 내전, 혁명 등 피를 흘리지 않고 헌법 개정이라는 평화적 방법으로 체제 전환을 이뤄냈다.

평화적 체제 전환과 대조적으로 사회의 변화는 급격하게 나타났다. 시장경제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울란바토르로 인구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울란바토르 인구는 1990년 59만 명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79만 명, 2013년에는 134만 명으로 급증했다. 몽골 전체 인구에서 울란바토르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 27%에서 2011년 41%로 증가했다. 2023년 기준으로 울란바토르의 인구는 173만 명, 비중은 49%까지 올랐다.

체제 전환 과정에서 몽골 정부의 정책적 실수는 울란바토르로 인구 집중을 부추겼다.

몽골 정부는 1991년부터 국가 재산의 75%에 해당하는 국영기업, 가축, 공동주택, 토지 등을 민영화해 국민에게 배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유 재산의 민영화 과정에서 섬세한 정책 설계가 뒤따르지 않았다.

국영기업 대부분이 수도에 위치한 만큼 지방 시민들로서는 분배를 받기 위해서는 울란바토르로 몰려올 수밖에 없다.

특히 2003년부터 본격화한 가족 단위로 700㎡의 토지를 분배하는 정책은 울란바토르로의 인구 집중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이인근 서울대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특임교수. 이 교수는 서울시에서 도시계획국장,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도시안전본부장 등을 지냈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토지주택연구원장을 맡았던 도시개발 전문가다. 

이인근 서울대 한몽도시협력센터 특임교수는 “정교하지 않은 토지 분배 정책이 현재 도시개발 측면에까지 문제를 키워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을 나눠준다고 하면 모두 가치가 높은 도시지역을 받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방 사람들이 얼른 울란바토르로 이동해 땅을 받고 울타리를 치면 사유지가 됐다”며 “하지만 그렇게 분배된 사유지에는 도시 인프라가 없을뿐더러 계획도 없는 상태여서 새롭게 인프라를 만들기도 어려운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 도시개발 경험이 없는 몽골의 역사,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도시화 과정에서 보인 몽골 정부의 실수는 몽골이 오랜 기간 유목 전통을 이어온 만큼 역사적으로 도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몽골에서 대규모 도시가 건설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몽골 역사에 주목할 만한 첫 도시는 카라코룸이다. 현재는 하르호린으로 불린다. 칭기즈칸은 몽골을 통일하고 본격적으로 정복 활동을 시작하면서 1220년 카라코룸을 수도로 정한다. 카라코룸은 몽골 제국의 제2대 대칸인 오코타이칸 때인 1235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제4대 대칸인 몽케칸의 사후 벌어진 후계 경쟁에서 북중국 일대가 근거지였던 쿠빌라이칸이 몽골고원 일대의 아리크부카에 승리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쿠빌라이칸은 1267년 대도(지금의 베이징)으로 천도한다. 카라코룸은 제국 수도의 지위를 50년도 채우지 못했다.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몽골 하르호린의 에르덴 조 사원 북쪽 옛 카라코룸 도시 터의 모습. 카라코룸은 짧은 기간 몽골 제국의 수도로 건설됐으나 몽골 제국의 몰락 이후 명나라 등의 침략을 거치며 파괴돼 현재는 거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하르호린=비즈니스포스트>
이후 몽골에서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곳은 현재의 수도 울란바토르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이 청나라의 지배를 받을 때부터 몽골의 중심 도시였으며 독립 이후 몇 차례 국가의 형태가 바뀌면서도 수도의 역할을 이어갔다. 기존에는 이흐 후레, 니스렐 후레 등으로 불렸지만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이 성립된 뒤 몽골의 독립영웅인 담딘 수흐바타르를 기념하기 위해 ‘붉은 영웅’이라는 뜻의 울란바토르로 개칭됐다.

울란바토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련의 주도로 본격적으로 도시개발이 진행됐다.

역사적으로 도시개발 경험이 거의 없고 정주가 아닌 유목 문화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보니 도시를 바라보는 몽골 사람들의 인식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이인근 교수는 “비교해 보면 한국은 예전부터 정주 문화로 한곳에 정착해 도시를 이루고 함께 사는데 익숙하다”며 “하지만 몽골은 정반대로 모여 살아본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 사람들이 지금처럼 한곳에 정착해서 모여 사는 것은 어찌 보면 역사상 처음으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일 것”이라며 “도시라는 문화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도시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보니 도시개발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임다혜 한몽도시협력센터 박사는 “한국에서 도시개발을 한다면 들어설 건물을 고려해 교통량 등을 예측하고 도로와 같은 인프라도 함께 계획한다”며 “하지만 몽골은 아직까지 건물은 건축물 단위로 결정되고 건물 사이 관계나 도시 내에서 교통 혼잡에 미칠 영향은 도시계획 단계에서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몽골 하르호린 인근 초원지역의 모습. 초원에는 길이 없다. 자동차 바퀴 자국 등 앞서 간 이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동하면서 길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같은 자연환경은 몽골 사람들의 사고에도 여전히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르호린=비즈니스포스트>
◆ 도시계획 중요성을 깨달은 몽골, 가장 가까운 자본주의 국가 한국에 배운다

몽골은 근래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바야라 아리온자르갈란 몽골 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은 몽골에서 가장 가까운 자본주의 국가”라며 “몽골의 민주화 이후 사회 경제적 변화도 한국과 관계 강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이 해체되고 몽골이 민주화로 체제 전환하면서 기존에 소련에 의지했던 몽골 내 산업 기반들이 무너졌고 우리 부모 세대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많은 몽골 사람들이 한국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됐고 이후 몽골에 돌아와서 한국에서 배운 것들, 생활 경험 등을 가져와 공유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란바토르 인구 집중에 따른 도시 문제로 고통을 겪으면서 몽골에서도 도시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몽골의 도시개발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몽골 과학기술대 본관의 모습. <울란바토르=비즈니스포스트>

몽골의 도시개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지원으로 서울대가 시행하고 있는 ‘몽골과학기술대학교 도시계획공학과 설립 및 도시개발 전문인력 역량강화사업(S-Quad Project)’은 대표적 협력 사례다.

에르데네밧 바트볼드 몽골 건설도시개발부 도시계획국장은 해당 프로젝트를 놓고 “몽골에 도시개발 관련 전문 인력이 절실한 상황인데 마치 약속된 것처럼 필요한 시점에 프로젝트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코이카는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몽골과기대에 도시개발공학과를 개설하고 박사 과정 설치 등을 통해 2027년까지 몽골이 도시정책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인근 교수는 “한국에서도 대학에 도시계획 관련 학과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1980년대부터”라며 “몽골이 그렇게 늦었다고 볼 수는 없고 지금이 ‘약간은 늦었지만 필요한 때’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몽골이 도시개발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역시 살펴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성장통 같은 일이다. 한국 역시 도시개발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몽골에 전해 줄 경험이 많다.

이인근 교수는 “과거 서울의 도시개발을 보면 상계동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개발할 때 주택지를 개발한 뒤에 지하철 4호선과 같은 교통 인프라를 공급해 예산도 많이 들고 상당 기간 출퇴근 교통난이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 와서 보면 시행착오지만 당시는 주거 문제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개발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계동 개발 과정을 통해 택지개발을 하면서는 인프라를 먼저 계획하고 공급한 뒤 본격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다”며 “경험을 해 봐야 필요를 느끼고 제도를 고쳐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바라봤다.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앞쪽 오른쪽 세 번째)이 7월31일 뉴하르호린 도시계획 공모전 행사장을 찾아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하르호린 시티 공모전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 도시개발 본격화하는 몽골, 스마트시티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

몽골은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기능 분산을 위해 울란바토르 내 남서쪽에 위치한 야르막(Yarmag)에 울란바토르 시청을 이전하는 등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다. ‘쿠시그 밸리(Khushig Valley) 프로젝트’를 통해 울란바토르 남쪽에는 위성도시인 준모드(Zuunmod)도 건설한다.

‘오르혼 밸리(Orkhon Valley) 프로젝트’를 통해 하르호린에는 인구 50만 명 규모의 신도시를 세워 행정기관 이전 등도 추진한다. 

바트볼드 국장은 “몽골이 도시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2020년부터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해외 사례도 많이 살펴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나 2025년 상반기쯤에는 도시개발과 관련해 국제 포럼을 만들어 국제 투자기관 등에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유치 등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몽골은 오르혼 밸리, 쿠시그밸리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몽골 건설도시개발부와 한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신도시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외에 경기주택도시공사(GH)·부천도시공사 등 국내 기관들이 울란바토르와 스마트시티 구축·조성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몽골의 도시 건설에서 스마트시티는 당연한 선택지다. 완전히 새롭게 지어지는 도시는 오히려 최신 기술의 접목이 더욱 쉽다.

이인근 교수는 “통신을 예로 들면 한국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여러 단계를 거쳤지만 몽골은 한 번에 무선으로 진입해 시내에서 유선 전화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도시에 관계되는 여러 서비스도 첨단으로 한 번에 올 수 있는 여건을 지금 몽골이 갖추고 있는 만큼 스마트시티는 몽골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스마트시티도 결국에는 시민들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역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시티 개발에서 몽골이 지니는 강점도 있다.

이인근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스마트한 기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스마트한 시민이 만드는 것인데 몽골은 매우 젊은 나라로 젊은이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비롯해 최신 기술에 익숙하다”며 “조금만 기반이 마련된다면 빠르게 스마트 기술이 사회 전반에 파고들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몽골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도시화에 속도 내는 몽골, 도시개발 노하우도 인력 양성도 한국에게 배운다
▲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미개발 지역. 몽골은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7배가 넘는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국토의 90% 이상이 미개발 상태다. 앞으로 인구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따라 도시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울란바토르=비즈니스포스트>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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