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8-02 14: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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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선 최고위원 후보들이 광주를 포함한 호남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호남은 수도권과 함께 민주당 권리당원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자 핵심적 지지 기반으로 호남 권리당원들의 선택은 상징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일 전남을 방문해 당원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민석 페이스북>
특히 경선 초반 고전하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여겨지면서 득표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김민석 후보가 정봉주 후보에 역전해 최다 득표자에 오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아울러 호남 경선의 결과에 따라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의 당선여부도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은 오는 3일과 4일 펼쳐질 호남 경선을 앞두고 전북과 호남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표한 현재까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누적 득표율은 정봉주(19.03%)·김민석(17.16%)·김병주(14.31%)·전현희(13.20%)·이언주(12.15%)·한준호(12.06%)·강선우(6.10%)·민형배(5.99%) 후보 순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전국 권리당원 투표인단 가운데 호남 지역 투표인단 비중은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경선을 기점으로 최고위원 당선권 후보 5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민형배 최고위원 후보는 7월31일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호남 권리당원은 전체의 30%가 넘는다”며 “호남에서 10∼20% 이상 지지를 받으면 충분히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전당대회는 물론 대선후보 경선 등 중요 당내 선거에서 호남의 선택을 중요하게 인식해왔다. 호남 당원들의 선택이 수도권 당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최고위원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확대명’(이재명 당 대표 당선 확실)인 당 대표 선거와 달리 최종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경선 초반 '원외 돌풍'을 일으킨 정봉주 후보와 '명픽(이재명 후보의 선택)'으로 여겨지는 김민석 후보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수석 최고위원’이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수석최고위원은 당헌·당규에 별도로 규정된 자리는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최고위원에 수석이란 명칭을 붙인다.
수석최고위원이 되면 회의 때마다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앞서 발언할 수 있고 경선 ‘1등’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부여된다.
상황에 따라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때 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는데 수석최고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대중들에게 비쳐지는 민주당 새 지도부의 이미지가 좌우될 여지가 많다.
김민석 후보는 1~4차 순회 경선 지역인 제주, 인천, 강원, 대구·경북에서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부산, 울산, 경남, 충남, 충북 순회경선에서는 모두 1위를 차지해 누적 득표율 순위 2위까지 올랐고 정봉주 후보와 차이를 1.87%포인트까지 좁혔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월20일 제주 경선에서 ‘김민석 의원은 왜 이리 표가 안 나오는가’라고 말한 뒤 당원들로부터 많은 지지가 모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도 7월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의 득표율 상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의) 발언 영상이 (당원들의) 관심을 모은 기점이 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원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김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이 돼야한다는 의견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에 올랐을 때 바로 옆에서 전략적 조언을 해줄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평가가 많다.
김 후보는 4선 중진으로 4·10 총선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민주당의 압승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데다 당원권을 강화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데도 앞장섰다. 김 후보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먹사니즘’을 앞세워 차기 집권 비전을 부각시키는 데도 정책 조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선우 최고위원 후보는 2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김 후보의 상승세에 관해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당원들께서 민주당 4기 집권으로 이어지는 그 다리를 어떻게 놓을 것인가를 생각해 이재명 대표와 편하게 같이 일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이 상호작용 하는 걸 읽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7월2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봉주 후보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민석 후보가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김 후보의 맹추격에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도부에 탑승할 수 있는 마지막 순위인 '5위'를 둘러싼 경쟁 역시 치열하다. 현재 5위인 이언주 후보와 당선권 밖 한준호 후보의 득표율 차가 0.09%에 불과해 호남 경선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언주 후보는 최근 최고위원 선거에 ‘오더’가 작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가 당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자 즉각 사과하며 수습했다. 이는 당원들의 표심이 변화할 수 있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민주당 전당대회 호남지역 경선은 3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민주당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4일 광주와 전남에서 펼쳐진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