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6-24 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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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비수도권 주택시장이 둔화한 가운데 부산지역 주택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바다 조망이 가능한 해운대·동래·수영구 지역은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도입이 잇따를 정도로 건설업계 안팎의 주목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 부산 바다조망이 가능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성공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SK에코플랜트가 부산 지역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DE FINE)'을 적용한 드파인 광양 조감도. < SK에코플랜트 >
24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DE FINE)’을 적용한 드파인 광안을 8월 분양한다.
드파인 광안은 부산 수영구 광안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지하 2층~지상 31층, 1233세대 규모로 들어선다. 광안리 해안가에 인접해 있고 센텀시티, 벡스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가 탄탄한 곳이다.
대우건설도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333-226번지 일원에 자체사업장에 처음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적용한 ‘블랑써밋74’ 분양을 7월1일부터 시작한다. 3.3㎡당 분양가격은 3100만 원으로 전용면적 94~247㎡이 10억~37억 원 수준에서 분양된다.
지난 21일 개관한 블랑써밋74 견본주택에 주말 동안 1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부산 북항 개발의 수혜로 떠오를 랜드마크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동구는 부산 해운대·동래·수영구와 비교해 아파트값이 낮지만 앞으로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곳이다.
대우건설은 부산 지역 최초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대연4구역 재건축사업인 더비치 푸르지오 써밋을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3.3㎡당 최고 4200만 원으로 역대 가장 비싼 분양가였지만 청약경쟁률 22.24대 1을 보였다.
이밖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부산 지역 정비사업에 나서 하이엔드 브랜드 분양이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2022년 9월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에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DL이앤씨는 부산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해 삼호가든 아파트 재건축, 중동5구역, 촉진3구역 재개발, 광안A구역 재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올해 1월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에 ‘오티에르’를 적용하기로 했고 삼성물산은 지난 22일 광안3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해 수영구 최초 래미안을 짓는다.
건설사들은 서울·수도권 지역 외에 대구, 대전 등에도 하이엔드 브랜드 주택을 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에 들어서고 수요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산 지역 조합은 다른 비수도권 조합과 비교해 고급화를 희망하는 수요가 더 높고 이를 감당하려는 의지도 있다”며 “이런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시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들어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에서 20억 원 이상(직거래 제외, 등기이전) 고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지난 23일까지 20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는 836건 가운데 서울이 765건, 경기가 43건으로 많았고 부산이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구(5건), 인천(3건), 대전(1건) 등과 다소 차이가 난다.
올해 부산에서 20억 원 이상 고가 거래된 아파트를 보면 엘시티(7건), 더블유(6건),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2건), 해운대 경동제이드(2건), 트럼프월드마린(2건) 등이다. 모두 바다를 바라보는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 주택가격은 다른 비수도권 지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낮다. 다만 바다조망이 가능한 랜드마크 단지 가격은 높은 편이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아파트 평균 가격은 17개 시·도에서 부산이 3억6155만 원으로 서울(10억5697만 원), 세종(5억2634만 원), 경기(5억1571만 원), 인천(3억7066만 원)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바다에 인접한 부산 수영구는 5억7460만 원, 해운대구는 5억7338만 원 등 수도권 못지 않은 수준을 보인다. 동래구(4억4502만 원)와 남구(4억3726만 원) 역시 4억 원을 상회한다.
반면 중구(1억6413만 원), 영도구(1억9505만 원), 동구(2억6352만 원), 사상구(2억701만 원) 등 같은 부산 내에서도 반값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존재한다.
▲ 대우건설의 블랑써밋74 견본주택에 고객들이 방문한 모습. <대우건설>
부산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바다조망이 가능한 초고급 아파트는 부동산시장 불황에도 가격이 방어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엘시티는 전용면적 186㎡이 지난 4월4일 47억 원에 거래됐고 3월에는 트럼프월드마린 전용면적 218㎡이 31억 원에, 해운대 경동제이드 전용면적 170㎡은 26억 원에 계약됐다. 1월에는 더블유 전용면적 165㎡이 32억 원,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69㎡은 27억2천만 원에 거래됐다.
엘시티(411m)는 해운대 중동에 위치해 우리나라에서 롯데월드타워(555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건물로 동백섬, 마린시티, 광안대교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더블유는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으로 69층으로 지어져 거의 모든 세대가 광안대교와 바다를 볼 수 있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위치한 301m 높이 아파트다. 트럼프월드마린은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위치해 42층(134m)로 바다가 보인다. 해운대 경동제이드도 바로 마린시티 인근에 위치해 47층(177m) 고층 건물로 지어졌다.
이들 부동산 가격은 시장 상황에도 조정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KB부동산 시세를 살펴보면 더블유 전용면적 100㎡은 2022년 12월 16억 원에서 13억 원까지 내렸다가 올해 6월 기준 14억 원으로 회복됐다. 트럼프월드마린 전용면적 187㎡은 같은 기간 25억5천만 원이 유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 첫째 주부터 2024년 6월 셋째 주까지 부산 아파트값은 11.79% 하락했고 수영구는 13.21%, 해운대구는 17.23%, 동래구는 10.77% 떨어졌다.
다만 부산 지역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어 고가 아파트 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부산 지역 미분양은 4566세대로 2021년 1월 944세대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해 광안리가 한눈에 보이는 테넌바움294이 고분양가 논란 끝에 미분양으로 고배를 마신 사례도 나왔다.
올해 2월 분양한 테넌바움294Ⅱ는 3.3㎡당 최고분양가 6천만 원을 책정하며 하이엔드 주거시설 수요를 겨냥했지만 경쟁률 0.2대 1이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지난 2월 펴낸 부산지역 아파트시장 특징 및 시사점을 통해 “부산 아파트 가격 격차 및 고가·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이 심화했다”며 “지역 사이 변동성이 커 3개 구(해운대·동래구·수영구)는 다른 구와 비교해 가격 상승기에는 가파르게 오르고 하락기에는 더 빠르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산 권역별 아파트 가격 변동성 격차확대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정책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안정적 아파트 공급 계획을 수립해 가격 변동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