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유심(USIM)을 판매하며 폭리를 취하거나 강제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통3사들이 유심비 폭리 논란에 담합 의혹까지 불거져 정부와 여야가 유심비 문제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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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동통신사가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 유심판매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13일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거대 통신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그동안 폭리를 취해왔다”며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유심 가격이 실질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이통3사가 유심으로 지나친 유통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3사의 유심은 LTE의 경우 8800원, 3G의 경우 5500원에 유통되는데 알뜰폰 사업자는 각각 5500원, 2200원에 판매한다. 알뜰폰 사업자의 유심이 3천 원 저렴하지만 기능은 사실상 동일하다.
하지만 이통3사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3사가 유통하는 유심만 판매해야 한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이통3사가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유심 판매로 거둔 유통마진은 모두 1173억 원에 이른다”며 “이통사들의 유심 독점 판매행위를 정책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심비는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4일 있었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이통3사의 유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박홍근 더민주 의원은 미방위 국감에서 유심비 폭리 논란을 지적하며 정부의 실태점검과 적절한 가격 책정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유심비는 제조원가가 3천~4천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통3사는 이 2배가 넘는 8800원에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자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내놓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DDI)의 자료에 따르면 호주 텔스트라프랑스는 개당 1681원, 프랑스 오렌지는 개당 4863원에 판매하고 있다. 스페인의 모비스타, 영국의 EE는 유심을 무료로 제공한다.
유심비를 둘러싼 폭리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는 7월 직접 유심판매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사 뒤 정부는 이통3사에 판매가격 인하방안을 제시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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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 의원은 “미래부가 8월 ‘유심 관련 간담회’를 열고 유심 판매가격을 2천 원 인하하거나 유심 유통채널을 개방하는 방안 마련을 요청했지만 이통3사들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이통3사의 유심 납품가 답합의혹도 제기됐다.
지상욱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위 국감에서 “이통3사들이 유심 판매가격이 수년째 서로 같아 담합이 의심된다”며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50%, 30%, 20%로 시장점유율이 달라 서로 구매력 차이가 큰데 유독 유심 납품가는 8800원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유심비 논란이 가중되면서 유심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변재일 더민주 의원은 9월23일 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유심공급 현황’ 분석결과 최근 5년 동안 SKT 3889억 원, KT 2050억 원, LG유플러스 1609억 원 등 이통3사가 유심 8447만 개를 팔아 모두 754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유심은 모바일을 이용하기 위한 필수품이지 선호품이 아니다”라며 “가입비 폐지 이후 사실상 가입비 역할을 해온 유심비를 폐지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