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적 동박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가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수요 정체 영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미묘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동박 제품 실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표적 동박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가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영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미묘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동박업계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동박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와 함께 중국으로부터 비롯된 과잉 공급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동박 업계에서는 올해 세계 동박 공급량이 약 80만 톤에 이르는 반면 수요는 40만 톤 안팎에 머물며 과잉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2차전지의 셀·소재 시장과 마찬가지로 동박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물량공세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박 과잉 공급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적어도 중국을 제외한 북미, 유럽시장에서는 2026년부터 동박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동박 제조사들에게 우호적 영업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이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배제하는 정책기조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북미,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동박보다 높은 품질을 갖춘 하이엔드 동박 제품을 내세워 차별화한다는 방침 아래 기술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만 국내 양대 동박 업체라 할 수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의 희비는 엇갈린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스페인 몬로이치에 건설을 추진하는 연산 3만 톤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스마트팩토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417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29%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국내 동박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반면 SK넥실리스는 1분기 영업손실 399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두 회사는 재무구조 안정성 측면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부채비율이 27%로 매우 안정적 수준인 데다 현금·현금성 자산도 7433억 원 확보하고 있어 증설이나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투입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반면 SK넥실리스는 부채비율이 140% 수준으로 재무구조 안정성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보다는 취약한 편이다. 물론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설비 증설 기조를 이어가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넥실리스가 확보한 현금·현금성 자산은 대약 1587억 원인데, 적극적으로 증설을 추진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이런 각자 형편 차이 때문에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는 대응 방식도 서로 조금씩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스페인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시설을 확대하며, 향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고품질 동박 개발과 생산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 대표이사는 지난 9일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은 2024년 연산 6만 톤 체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스페인 공장은 현재 부지 정리 작업을 60% 진행하고 있고,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동박 외에도 전고체 배터리용 전해질,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등으로 소재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전북 익산 공장에서 전고체 전해질 시범 생산라인을 착공하고,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전해질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는 올해 안에 시험생산 라인을 구축해 하반기부터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 SK넥실리스의 인터배터리 2023 부스 조감도. < SKC >
반면 SK넥실리스는 재무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투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기술·생산 분야 핵심 인력의 고용은 유지키로 했다.
조직 규모 축소에 따라 비용 효율성은 증가할 수 있지만 이전에 준비했던 사업 운영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SK넥실리스의 모회사 SK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1조5천억 원)의 40~5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동박사업 부진과 SK그룹 차원의 재무안전성 확보 기조가 맞물리며 일각에서는 SK그룹이 SK넥실리스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기료 인상 가능성이 있어 국내 동박 생산설비의 생산원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말레이시아 법인의 고정비용 부담으로 SK넥실리스 적자 기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K그룹은 비핵심 사업 매각 등 사업 효율성 노력이 요구되는 만큼, 시장에서 우려하는 동박사업 매각 등을 통한 현금확보 움직임은 6월에 있을 SK그룹 확대경영회의 이후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