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KB금융은 비은행 호실적과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반등으로 홍콩 ELS 보상비용에도 2024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1분기 보험과 은행, 증권 자회사의 손익이 모두 개선되면서 그룹 기타영업손익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KB금융은 2024년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1조491억 원을 거뒀다. 은행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고객 보상비용 6340억 원(세후기준)을 제외한 순이익은 1조5930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이익을 냈던 2023년 1분기(1조4976억 원)보다 5.6%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이 반토막(-58.2%)이 난 점을 고려하면 비은행 계열사들이 그룹의 이익성장을 이끈 셈이다.
KB금융은 1분기 KB증권(40.8%), KB손해보험(15.1%), KB국민카드(69.6%)를 포함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KB자산운용(3.3%), KB캐피탈(31.3%) 등도 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올해 1분기 전체 순이익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37.1%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1분기 비중이 62.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과 비은행의 순이익 기여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홍콩 ELS 사태에 따른 충당금 반영이 주된 원인이라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이 없었다면 은행의 순이익 기여도가 40% 아래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 회장의 용인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모두 교체하며 진영을 새롭게 꾸렸다.
더군다나 비은행 계열사에 지주나 은행 인사를 내려 보내던 관행에서 벗어나 내부에서 대표를 다수 발탁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처음으로 손해보험업 출신 내부인사가 신임 대표에 올랐고 KB증권과 KB자산운용 새 대표도 모두 회사 내부 출신으로 꾸려졌다.
당시 내부 인사 발탁으로 양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의 '경영 안정성'과 '전문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됐는데 1분기 실적으로 어느 정도 전략의 유효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다.
양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을 때부터 비은행사업 경쟁력 강화 기대를 받았다.
양 회장은 금융지주 핵심부문인 은행장 경험은 없지만 KB금융의 비은행사업을 키운 주역으로 꼽힌다.
▲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등 KB금융 비은행 계열사들이 대부분 2024년 1분기 순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과거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었고 KB손해보험 대표를 역임하는 등 비은행분야에서 경영능력을 보였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에도 지속해서 비은행 사업 강화를 강조했다.
양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보험, 투자운용, 자산관리, 글로벌 4대 영역에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한층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올해 1월 주요 계열사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각 계열사 대표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면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조를 보였다.
KB금융은 1분기 단단한 실적을 보인 만큼 주가 측면에서도 증권업계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KB금융은 다변화한 이익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 이익창출 능력을 증명한 가운데 업종 내 자본비율 우위는 변함이 없다”며 KB금융의 은행업종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했다.
이날 KB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9.67%(6700원) 오른 7만6천 원에 장을 마쳤다. KB금융 주가가 하루에 9.5% 이상 오른 것은 2020년 4월27일(9.97%) 이후 약 4년 만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