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업황 침체로 주가 부진을 겪는 건설주에 인공지능(AI)이라는 새 기대감이 일고 있다.
앞으로 AI용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건설주에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GS건설은 AI용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건설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7.5%가량 내렸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기도 늦춰지고 있어 당분간 건설주 주가 반등은 요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AI 산업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건설주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AI 산업 확대에 따라 AI용 데이터센터 확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7월~2032년까지 국내에서 1200개 이상의 새 데이터센터가 구축된다.
AI용 데이터센터는 AI 훈련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되는 만큼 기존의 인터넷용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보다 더 고도화한 열처리 기능을 요구하며 전력 소모량도 더 많다.
따라서 전문 기술력을 갖춘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을 수밖에 없는데 건설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데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설사 스스로 데이터센터 구축의 처음부터 끝을 맡은 뒤 이를 임대, 관리, 매각하겠다는 것인데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생 AI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은 자체적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역량이 없다. 건설사들이 AI용 데이터센터를 지어 이들에게 임대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기업들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데이터센터 부지로 한국을 선호하는 현상도 국내 건설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중국의 경우 정부 통제가 심하고 일본은 지진의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어 한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결국 AI 산업 트렌드는 전혀 관련 없을 것만 같던 건설업종까지 확대돼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 시공 이력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된다.
현재 데이터센터 사업팀을 따로 꾸려 신사업의 하나로 추진할 정도로 단순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 개발자로의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
에포크 안양 데이터센터는 2024년 1월 GS건설이 완공했는데 건설사가 데이터센터 개발자로 참여한 첫 사례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AI용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서 전방위적인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향후 AI용 데이터센터에서 선두를 선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동현 연구원은 “GS건설은 성장 초기단계의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시공 경험을 축적한 뒤 경쟁사보다 빠르게 데이터센터 개발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며 “단기간 내 빠르게 성장할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24년 3월 이지스 하남 데이터센터 시공을 담당한 이력이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냉각기술에서 경쟁사 대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삼성물산은 AI용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냉각기술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
최근 국내 냉각기술 전문업체와 협업해 액침냉각 기술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침냉각 기술이란 특수용액에 데이터센터 장비들을 담는 방식의 냉각인데 기존 공랭(에어컨)식 냉각에 비해 비용이 덜 들고 냉각 효율은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PM)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AI용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글로벌은 이미 하나금융그룹, 신한은행, 네이버 등 대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대해 PM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국대 최다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AI용 데이터센터가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면서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건설업에 전문성이 부족한 금융투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데이터센터 전반에 대한 자문을 요구하게 되면서 한미글로벌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