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출고 대기기간은 줄고 완성차업체의 할인 혜택은 늘어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소비자가 차를 구매하기 더 좋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여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 드리웠던 비정상적 공급자 우위 시장 구도가 완전히 뒤집히고 있는 것이다. 수개월에서 1년 넘게도 기다려야했던 차량 출고 대기 시간이 3~4주 내로 대폭 짧아지고 있다. 또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찻값 할인에 나셔며 판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8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4월 차종별 예상 납기표를 종합하면, 차를 계약한 뒤 인도받기 까지 대기해야 하는 기간이 지난 1년 사이 대폭 줄었다.
작년 4월 대부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기아 모델들은 올해 4월 대부분 한달 안팎이면 인도받을 수 있다.
K8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1년 전 각각 4개월 이상,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했지만 올해 4월엔 대기 기간이 각각 3~4주, 4~5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니로 하이브리드는 7개월 이상에서 4~5주로, 전기차 EV6는 6개월 이상에서 4~5주로 단축됐다.
10개월 이상 걸렸던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3~4개월로, 기아의 최고 인기 모델인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1년 2개월 이상에서 7~8개월로 크게 줄었다.
현대차를 보면 작년 10만 대 넘는 내수 판매량으로 압도적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했던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 4월 차를 계약하면 2개월 만에 받을 수 있다. 작년 4월엔 8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올해 현대차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전기차 생산 설비 공사를 위해 6주 가량 가동을 중단한 점을 고려하면 그랜저 국내 수요는 대기 기간 감소 추세보다 더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고 인기 모델인 GV70 대기 시간은 1년 전 7개월에서 최근 단 3주로 , GV80은 7~8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됐다.
이밖에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1년 이상에서 6개월로, 투싼 하이브리드는 10개월에서 4개월로, 아이오닉5는 6개월 이상에서 1개월로 출고 대기 기간이 단축됐다.
차가 없어 못 파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찻값을 깎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차량 가격에 수월하게 반영할 수 있었다. 그래도 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작년 1년 동안 차량 부품 공급난이 대부분 해소됐고, 올해 들어 국내 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공급자 우위였던 시장 구도가 수요자 우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작년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세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대기 수요의 감소 등으로 1.7%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게다가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내수 둔화가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걸 금새 파악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올해 1분기 합산 판매량은 32만2211대로 전년 동기보다 12.1%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차 판매량 역시 5만4583대로 같은 기간 11.5% 감소했다. 특히 이 통계에는 작년에 빠졌던 KAIDA 비회원사 테슬라가 올해는 포함됐는데, 테슬라를 뺀 수입차 판매량을 보면 4만8838대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21.6%나 줄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일부 바꾸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나 일부 옵셥을 추가하는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차량 가격을 인상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현대차는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동결했다.
▲ 현대자동차의 더 뉴 아이오닉5. <비즈니스포스트> |
신형 아이오닉5는 2021년 출시 뒤 3년여 만에 새로 선보이는 부분변경 모델이다.
신형 아이오닉5는 4세대 배터리를 적용해 배터리 용량이 기존 77.4kWh(킬로와트시)에서 84.0kWh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458km에서 485km로 증가했다.
부분변경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차량 성능까지 일부 개선하고도 찻값을 동결하는 것은 이례적 사례다.
현대차는 또 지난달 연식변경 모델 '2024 코나 일레트릭'과 디자인 특화 모델인 '2024 아이오닉6 블랙에디션'을 출시하면서 코나 일렉트릭 가격을 트림별로 100만 원씩, 아이오닉6 가격을 트림별로 200만 원씩 내렸다.
르노코리아는 올 1월 'XM3 E-테크 하이브리드 포 올'을 출시하고 기존 XM3 하이브리드보다 가격을 트림별로 370만 원 내렸다.
이와 함께 지난 몇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차량 구매 할인 행사도 최근 부쩍 늘어났다.
기아는 4월 전기차 EV6, EV9, 니로 EV(니로플러스 택시 포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각각 300만 원, 350만 원, 100만 원을 깎아준다.
또 4월 올해 3월 이전 생산된 K5(HEV 포함), K8(HEV 포함)와 같은해 2월 이전 생산된 EV6, 봉고 EV 구매 고객은 재고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기아는 4월 인증중고차 매입을 본격화하면서 보유 차량을 매각한 뒤 기아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트레이드-인) 프로그램을 새로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처음 실시했던 인증중고차 보상판매(트레이드-인) 프로그램을 4월 들어 확대 운영하고 있다. 보상판매는 보유 차량을 인증중고차에 매각하고 특정 차량을 구매하면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달 30만~50만 원 수준이던 할인 금액을 100만~200만 원으로 대폭 늘리고 대상 차종도 확대했다.
한국GM은 일시불로 행사 차량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최대 4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KG모빌리티는 구매 차종별로 최대 320만 원 상당의 서비스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는 KG모비리티 서비스센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수입차 모델들 역시 대부분 라인업에서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특히 수입 전기차 모델에서 10% 넘는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BMW 전기차 모델인 BMW iX3 M스포츠는 찻값의 14.4%를 깎아준다. i5는 트림별로 11%대, i7은 트림별로 12%대 할인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모델들도 EQE 350+에 19.4%, EQE 350 4매틱 SUV에 20.1% 할인 프로모션을 포함해 EQS와 EQS SUV에도 트림별로 최대 20% 가까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아우디의 전기차 2023년식 e-트론 콰트로에는 22.5% 할인이 제공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