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8월 21일 일요일 정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사이의 연애를 인정하지 않는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뒤집고 가톨릭 사제가 동성 연인들을 축복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8일(현지시각)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연인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의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명하고 승인했다.
교황청은 “사제는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축복은 신앙을 키우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므로 북돋아야지 저해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황청은 일반 결혼식이나 미사 등 교회의 공식 행사에서 동성 연인에 대한 축복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회의 결혼에 관한 전통적 교리를 수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선언은 2021년 ‘동성 결합은 이성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없다’는 가톨릭의 기존 방침을 크게 변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성소수자 공동체를 돌보는 미국의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 신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선언은) 가톨릭교회의 사목활동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사랑하는 관계 속에 하나님이 존재하길 바라는 많은 동성커플 신자들의 깊은 소망을 인정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된 이후 성소수자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를 바꾸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서 10월 사제들의 판단에 따라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면서 동성 연인 축복을 공식 승인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 11월에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도 카톨릭신자로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지침을 승인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