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마닐라에서 무허가 수상 가옥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 세계적으로 부유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탄소배출로 유발되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빈곤층에 집중된다. <옥스팜>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상위 1% 부유층 7700만 명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최빈곤층의 3분의 2에 이르는 50억 명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 평등: 99%를 위한 지구(Climate Equality: A planet for the 99%)’ 보고서를 내놨다.
옥스팜은 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탄소 불평등 관련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번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다.
이번 보고서는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의 연구를 기반으로 데이터가 확보된 가장 최신 연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다양한 소득 계층의 탄소 배출량을 평가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상위 10%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 비중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에 이르는 등 부에 따른 탄소 배출량 격차는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위 1% 부유층 7700만 명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6%에 이른다. 전 세계 자동차 및 도로 운송 배출량보다 많은 수치다.
상위 1% 부유층이 배출하는 탄소가 상쇄하는 탄소 절감 효과는 매년 풍력발전기 100만 개에 육박할 정도다.
2030년에는 상위 1%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은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명시한 안전 배출량 수준의 22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탄소 배출로 유발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주로 빈곤층에 집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의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홍수로 사망하는 사람이 7배 더 많다. 특히 여성, 유색인종, 선주민, 소외계층 등이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아미타브 베하르(Amitabh Behar) 옥스팜 인터내셔널 임시 총재는 “슈퍼 리치들이 지구를 파괴하고 오염시켜 인류를 극심한 더위, 홍수, 가뭄으로 질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년 동안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고 수백만 명의 생명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싸워 왔다”며 “하지만 엄청난 부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팜은 탄소 배출의 불평등 해법으로 부유세 등을 통한 부의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부유층의 소득에 60%의 세율을 적용하면 영국의 전체 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으로 연간 6조4천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베하르 임시 총재는 “극도의 부에 세금을 부과하면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모두 대처할 수 있다”며 “역동적인 21세기 친환경 정부에 투자하는 동시에 민주주의를 다시 작동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