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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 김창수 F&F 회장, 대성공 MLB 디스커버리에 스토리 입힌 통찰력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lordsami@businesspost.co.kr 2023-09-0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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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 드라마와 영화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공유씨,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의 김민석 대표.

이 사람들은 모두 패션 대기업들을 제치고 패션 상장사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기업 F&F의 김창수 회장과 상당한 연결고리가 있다.

모두에게 친숙한 MLB라는 패션 브랜드는 김창수 회장이 키운 패션 브랜드다. 배우 공유씨를 전속모델로 뽑았던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도 김 회장의 작품이다.

더핑크퐁컴퍼니는 혈연으로 이어져 있다. 김창수 회장은 삼성출판사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데 삼성출판사 관계사인 더핑크퐁컴퍼니의 김민석 대표는 김창수 회장의 조카다.

김 회장의 배경을 보고 일각에서는 부잣집에서 자라 쉽게 성공했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회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 방식으로 한국 패션산업에 새 역사를 썼다는 점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 ‘패션계의 황금손’ ‘갓창수 신화’ 만든 F&F의 김창수 회장

김창수 회장은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브랜드인 미국 MLB,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 등의 라이선스를 사서 유명한 패션 브랜드로 재창조하는데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모든 패션 회사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사상 최초로 해외 판매액 1조 원을 넘긴 회사의 주인공도 바로 김 회장이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F&F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 진출한 가장 성공적인 의류 브랜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F&F가 2022년에 낸 영업이익은 5224억 원인데 이는 국내 상위 패션회사 3곳인 삼성물산, 한섬, LF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김창수 회장과 F&F를 놓고 ‘패션 대기업을 물리친 패션공룡’ ‘패션계의 황금손’ ‘갓창수 신화’ 등의 수식어가 따라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아버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32살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서 독점 유통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첫 브랜드는 파격적 광고로 유명한 베네통이었다.

김 회장은 베네통이 한국에서도 통하겠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당시 한국에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세계화라는 슬로건이 열풍처럼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네통이 던지는 인종 화합, 평등, 자유와 같은 언어가 한국 문화에 침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판단은 적중했다. 베네통은 론칭 3년 만에 판매액만 4배 넘게 늘었다.

이후 김 회장은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등을 연달아 국내에 들여오면서 패션업계의 트렌드 제조기로 떠오른다.

하지만 회사는 IMF 외환위기가 덮치면서 부도위기에 몰렸고 결국 삼성출판사에 흡수합병되는 시련도 겪었다.

◆ 비패션 브랜드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다, 김창수 스토리텔링으로 생명력 불어 넣어

김 회장은 재기를 노리며 절치부심했다. 패션에 스토리를 담자는 생각에 국내 최초로 패션 라이선스 사업에 도전하며 반전을 노렸다.

‘해외 브랜드를 그냥 수입해서 파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아예 지적재산을 사서 패션으로 재해석해보자고 시도했다. 생산을 외주화하면 공장을 짓지 않고도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새 모험을 결심한 것이다.

김 회장의 눈에 들어온 브랜드는 미국 MLB였다.

당시 MLB는 미국 야구장에서 파는 기념품 브랜드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 브랜드에서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봤다. ‘9회말 2아웃’에 몰려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스포츠맨십 정신 등을 패션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은 MLB와 판권 계약을 체결해 MLB 로고가 담긴 모자,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들을 기획해 국내에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MLB의 스포츠맨십 가치는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갔다. 박찬호 선수가 맹활약하면서 MLB 제품은 매우 잘 팔렸다.

김 회장은 디스커버리 브랜드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디스커버리는  미국의 유명한 아웃도어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김 회장이 패션사업을 위해 미국 디스커버리를 찾아갔을 때 현지 담당자들조차 놀랐다고 한다. 패션과 접점이 하나도 없는 브랜드를 사서 패션사업을 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 상표 안에 남다른 스토리를 불어넣었다.

당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히말라야에서도 견딜 수 있는 고기능성’ ‘극한을 정복하는 고어텍스 소재’와 같은 문구를 홍보글로 썼다.

하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흔히 북한산이나 청계산을 갈 때 산을 정복하려고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착안해 자연을 통해 일상의 도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잡았다.

디스커버리 역시 론칭 직후 바로 유명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디스커버리 롱패딩은 2017년 한해에만 40만 장이 팔렸다.

김창수 회장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채우려는 열정이 비패션 브랜드에 스토리를 얹어 새 브랜드로 만드는 능력의 원천이라고 한다.

실제로 김 회장은 최신 유행하는 노래, 춤, 트렌드 등을 젊은 직원들 못지않게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과 회의할 때도 매출, 판매와 같은 딱딱한 얘기보다 인문학적 얘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시대상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김 회장의 남다른 리더십인 셈이다.

김창수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F&F의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력 강화

김 회장은 국내 성장세가 주춤해지던 2019년 MLB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F&F가 중국에서 성공할지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중국에서는 야구가 전혀 인기있는 스포츠가 아닌 데다 애국 소비 경향이 짙은 중국에서 MLB가 먹힐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MLB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1조 원 넘게 팔렸다. 현재 중국에 있는 MLB 매장은 900개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패션기업들이 대부분 활로를 찾지 못하는 중국 시장에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디지털이 있다.

F&F는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중국 소비자들을 파악했다.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커더란 도시 로고가 박힌 모자, 운동화를 내놨고 새롭고 재밌는 것을 찾는 중국 Z세대들에게는 아이돌들이 입는 힙한 스트리트 패션을 접목했다.

사실 김 회장은 패션업계에서 가장 빨리 디지털 전환을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결정적 계기는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책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한 책에서 ‘글의 시대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한 것처럼 디지털의 시대에는 디지털을 잘 쓰는 사람이 리드한다’고 썼는데 이 문구가 김 회장을 자극했다.

김 회장은 우선 F&F 사내외 커뮤니케이션부터 디지털로 확 바꿨다. 2019년부터는 상품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이런 노력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났다.

2022년 세계 100여 개의 패션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한 회사는 바로 F&F다. 무려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했는데 평균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인 패션업계에서 남다른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F&F는 이런 성과를 놓고 재고를 줄여 제품 적중률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상 의류업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재고 관리라고 한다. F&F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장에 통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디자인에 빠르게 적용한 뒤 마케팅 전략을 짜 재고율을 줄일 수 있었다.

감으로만 움직여왔던 패션업계에서 누구보다 빨리 변화에 대처한 김창수 회장의 선구안이 돋보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F&F는 인수합병으로 사업 다각화 중, 김창수 도전은 계속된다

최근 김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3대 골프업체인 테일러메이드, 미국 테니스 의류브랜드 세르지오타키니 등을 인수했다.

사실 F&F는 매출의 대부분을 MLB나 디스커버리와 같은 대표 브랜드에 의존하고 있다.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김창수 회장의 도전은 패션이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2년에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통해 하반기에 걸그룹 오디션을 지상파 방송에도 내보낸다. 콘텐츠를 통해 패션의 소비를 이끌고 중장기적인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전략으로 읽힌다.

패션업체가 콘텐츠 사업에 진출한 것은 그 행보만으로도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에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김창수 회장은 과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패션의 진짜 즐거움이다”
 
국내 최초로 패션 라이선스 사업을 개척했듯이 새로운 도전도 두려움 없이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히는데 김 회장의 이런 노력이 F&F를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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