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천은 우리자산운용의 초대 대표였던 최영권 전 대표가 5년 임기를 마치고 그 뒤를 이은 것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남기천을 직접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기천을 영입한 이유로 향후 우리금융그룹의 신사업 진출을 염두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증권업 경력을 가진 남기천이 향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시너지 창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4대 금융지주(하나‧신한‧KB‧우리) 가운데 우리금융그룹만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아 증권업을 새 먹거리로 물색하리라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남기천이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영입된 이유는 그룹사 시너지 때문"이라며 "증권업에 전문적인 경력을 가진 남기천 대표이사는 우리금융지주가 향후 새롭게 편입할 증권사와 우리자산운용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적격이라 임종룡 회장이 발탁했다”고 말했다.
남기천의 임기는 2024년 12월31일까지다.
▲ 남기천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이 2011년 6월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변화와 프라임 브로커 도입 방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멀티에셋자산운용 단독 대표로 사상 최대 실적
남기천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을 1년6개월 넘게 단독 대표 체제로 이끌면서 호실적을 거뒀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2020년에 별도기준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254억1770만 원과 77억1303만 원을 기록했다.
두 항목 모두 2019년보다 약 10% 증가한 수준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달성한 실적 가운데 사상 최대치라는 평가다.
남기천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멀티에센자산운용의 펀드 운용과 영업, 경영관리 등을 총괄했다.
단독 대표를 역임하면서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남기천은 2016년에 대표이사로 발탁돼 멀티에셋자산운용을 5년 동안 이끌었다.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총괄과 경영자문 역할로 멀티에셋자산운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높은 실적 덕분에 남기천은 2023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한국 제1호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상장 주도
남기천은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 본부장 시절 한국 최초의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상장을 주도했다.
대우증권은 2010년 2월1일 ‘대우증권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상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는 인수합병(M&A)만을 목적으로 세워진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다. 상장 후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하고 우회상장시켜 수익을 얻는다.
당시 미국 등 해외에선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는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2010년 처음 소개됐다.
남기천은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 제도 도입을 위한 홍보와 설명에도 역량을 쏟았다. 2009년 9월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설명회에 패널로 참여하고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우증권 그린코리아는 2010년 2월22~23일 공모를 실시해 청약증거금으로 1조1415억 원을 모았다. 평균 86.98대 1의 경쟁률이었다.
남기천은 대우증권 그린코리아를 상장하면서 “첫 SPAC인 데다 규모와 경영진 면에서도 가장 크고 안정적이어서 투자매력이 클 것”이라며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인 녹색기업을 인수합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증권 그린코리아는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한 채 2012년 10월 상장폐지됐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 남기천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맨 오른쪽)가 2019년 3월21일 한국선주협회에서 열린 '친환경설비 설치 상생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윤영준 파나시아 사장, 신준섭 디섹 사장, 하명호 현대종합상사 사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서석원 SKTI 사장, 안광헌 현대글로벌서비스 사장. <현대상선>
남기천은 우리자산운용을 우리금융그룹 규모에 맞는 자산운용사로 키워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3년 8월22일 기준으로 우리자산운용은 순자산총액(AUM) 기준 업계 11위(33조6억 원)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 소속인 KB자산운용(132조3615억 원)과 신한자산운용(112조3166억 원)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운 4대 금융 지주사 소속 자산운용사 가운데 규모가 작아 이를 키워야 하는 남기천의 어깨가 무겁다.
남기천은 우리자산운용의 투자처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전신인 동양자산운용 시절부터 채권형펀드에 투자가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2023년 8월 기준으로도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이 채권형펀드다.
투자 다변화를 위해 주식과 글로벌 솔루션 등 출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 추세의 수탁고도 더욱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수탁고는 2020년까지만 해도 20조 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3년 동안 10조 원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전임인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가 ESG 등급을 반영한 상장지수펀드와 외부위탁운용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내놓은 것이 효과를 냈다.
사업 다변화로 입지가 다져진 다진 만큼 남기천으로선 수익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영업수익이 전년도보다 6% 늘어난 것으로 포함해 영업수익은 수년째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요컨대 남기천은 다른 금융지주사 산하의 자산운용사와 견줄 만큼 우리자산운용의 규모를 키우면서도 내실을 단단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 평가
남기천은 대체투자 전문가로서 우리자산운용의 상품 다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남기천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과거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장과 딜링룸을 거쳐 파생시장본부장 겸 고유자산운용 본부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전까지 수년간 대체투자본부도 이끌었다.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 자산군에 투자하는 팀을 이끌며 다양한 상품을 다뤘기에 우리자산운용 상품 라인업의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 인력 육성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2023년 우리자산운용을 이끌기 시작하면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소기업은행, 한화자산운용 등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대동고등학교 동문회에 적극 참여하며 서울지역 동문회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건사고
▲ 남기천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2016년 10월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금융의 날' 행사에 참여해 금융개혁 추진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뒷줄 왼쪽 네 번째)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뒷줄 왼쪽 다섯 번째)가 보인다. <금융위원회>
△멀티에셋자산운용 홍콩 오피스 빌딩 90%가량 손실처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2023년 8월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투자한 ‘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 펀드를 상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상각비율은 90%다.
상각 처리는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회계장부에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행위다.
아직 현실화된 손실은 아니지만 향후 손실 규모가 90%가 될 수 있다.
멀티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상 부실 징후가 있다면 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상각하도록 돼 있다”며 “투자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9년 6월 홍콩 GFGC 빌딩에 2800억 원을 대출하는 펀드 상품을 내놓았다.
당시 남기천은 멀티에셋자산운용 단독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결국 남기천이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벌였던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우리자산운용 본사 대표실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2001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장에 임명됐다.
2008년 대우증권 딜링룸 부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 상무보에 선임됐다.
2013년 KDB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 상무를 맡았다.
2016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자본시장분과 위원을 역임했다.
2016년 멀티에셋자산운용 운용총괄 대표이사가 됐다.
2018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 학력
1982년 부산 대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취득했다.
◆ 가족
◆ 상훈
2016년 10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금융의 날’ 행사에서 금융개혁 추진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 기타
남기천이 2022년 보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멀티에셋자산운용은 2022년 임원 14명에 모두 37억2514만 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1명당 평균 2억6608만 원이다. 남기천은 14명 임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남기천은 2023년 3월 우리자산운용에 선임됐다. 2024년에 공시되는 ‘우리자산운용 주식회사 2023년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그의 보수 규모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자산운용은 2022년 임원 18명에게 기본급 29억과 성과보수액 6억8천만 원을 지급했다.
어록
▲ 남기천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왼쪽)가 2016년 12월20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빌딩에서 'KDB-미래에셋 오션밸류업 프로그램' 투자계약을 맺고 임해진 산업은행 부행장(가운데),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은행>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투자를 지향하고 전문역량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각 산업과 기업의 내재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의사 결정 시 투자대상의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까지 고려하며 책임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우리 마음 속 첫 번째 금융’이라는 우리자산운용의 슬로건은 최고 수준의 투자역량이 뒷받침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채권 명가’라는 명성에 더하여 주식, 글로벌, 솔루션 등 균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 여러분에게 최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산운용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2023/03, 우리자산운용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이번 헤지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주식, 채권 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크래딧, 등 국내외 다방면의 대체자산을 투자와 접목할 예정이다. 대체투자 전문운용사로 자리매김하는데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2016/06/30,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3종을 출시하며)
“헤지펀드 운용조직 분리요건이나 일반 적격 투자자의 자격이 완화되어야 한다. 현재 당국이 제시한 도입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5~10억 원 수준의 적격투자자의 자격은 지나치다"며 "현실적으로 재간접 펀드는 1~2억, 헤지펀드는 2~5억 원 미만으로 최소 투자금액을 낮출 필요가 있다.”
“현재 신탁업자로서 펀드자산 보관 및 관리에 국내증권사의 역량이 아직 미비하다. 레버리지 관련 담보확보 및 프라임브로커 리스크 관리를 위해 헤지펀드의 자산은 프라임브로커의 명의로 보관되어야 한다. 신탁업법의 규정 개정을 통해 프라임브로커가 신탁업자로서 자산수탁을 하되 자산보관업무의 재위탁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2011/06/02,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변화와 프라임 브로커 도입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2~3년전부터 헤지펀드 스타일로 전환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헤지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국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도 투자하면서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언제든지 투자 기회가 생기면 운용 한도를 늘릴 수 있다”
“매년 5~7명 정도의 인턴사원을 뽑아서 그중에서도 자질 있는 선수들만 선발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인력을 꾸준하게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부 인력을 데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9/12/21,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 도입에 대비해 2년여 동안 많은 준비를 해 온 만큼 대우증권의 자산운용 역량 과 설립주주들의 방대한 기업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를 성공적인 기업합병 1호 기업인수목적회사 로 만들겠다.”
(2009/12/15, 대우증권 기업인수목적회사 1호인 ‘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의 설립 등기 신청을 마치고)
“증권사가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스폰서 참여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사채 발행 제한 등 규제가 많은 것이 아쉽다.” (2009/09/29,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 설명회에 참여해)
“정부가 자본시장법 발효 등 자본시장 활성화 및 투자은행 육성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국내 투자은행(IB)들도 수익모델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 중권사의 주 수익원은 위탁매매업무(Brokerage) 수수료다. 거래대금 하락은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따라서 자기자본(PI) 투자, 인수합병(M&A) 자문영역 강화, 신규상품 개발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이 필요하다. 기업인수목적회사는 투자, 기업공개(IPO), 인수합병 등의 투자은행 업무분야를 포괄하는 신규 상품이며, 신규 수익처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된 비상장 기업은 상장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침체된 인수합병 시장에 활력소 역할을 기대한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조기 정착이 국내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년 동안 인수합병 자문 실적을 집계한 결과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순위 10위권에 드는 국내기관은 단 한 곳 뿐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대형 인수합병 자문을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독식했다. 국내 투자은행의 평균 자산규모는 미국 평균의 8%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9/05/07, 기업인수목적회사 국내 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일단 수백억원 정도를 홍콩 H주에 투자하고 향후 적격 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획득하면 1000억 원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홍콩 H주 시장이 크게 하락한 데다 긴축 일변도였던 중국 정부가 5월쯤에는 긴축 기조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 시기로 적절해 보인다.” (2008/04/08, 대우증권의 중국 주식 매입 계획을 밝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