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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종이빨대의 역설,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물질 많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8-25 15: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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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종이빨대의 역설,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물질 많다
▲ 친환경을 이유로 확산되는 종이 빨대가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빨대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등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빨대보다 유해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종이 빨대는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며 일상에서 확산하고 있으나 오히려 인체나 환경에 더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국제적 학술지인 ‘식품첨가물과 오염물(Food Additives and Contaminants)’에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벨기에 내 패스트푸드 체인점, 슈퍼마켓, 약국 등 상점에서 판매, 사용되는 39가지 브랜드의 빨대를 대상으로 과불화화합물(PFAS) 함유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의 69%에 해당하는 27개 브랜드 빨대에서 모두 18가지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에서 수소가 불소로 치환된 물질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 물질로 과불화옥탄산(PFOA),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등이 있다.

분자가 탄소와 불소의 강한 결합으로 이뤄져 있어 열과 오염에 강하고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도 불린다.

재질별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빈도를 살펴보면 종이 빨대가 90%로 가장 높았고 대나무 빨대 80%, 플라스틱 빨대 75%, 유리 빨대 40% 등 순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빨대에서는 모두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검출되는 과불화화합물의 종류도 종이 빨대가 다른 재질의 빨대보다 다양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티모 그로펜 앤트워프대학 연구원은 “종이, 대나무 등 식물성 소재로 만든 빨대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보다 친환경적이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빨대에 과불화화합물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생분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종이빨대의 역설,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물질 많다
▲ 다양한 재질의 빨대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의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 맨 왼쪽이 종이 빨대에서 나온 과불화화합물로 다른 재질보다 다양한 종류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 논문에서 발췌>

과불화화합물은 1950년대부터 생산돼 현재까지 가죽 제품, 자동차에서 표면처리제로 쓰이거나 기초 화장품에서는 투과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산업계 전반에서 활용된다. 종이컵과 같은 제품에서는 방수코팅제로 쓰인다.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에서 분해가 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환경 오염을 유발하거나 인체를 포함한 생물체 내에서 축적이 이뤄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은 인체에 소량으로는 큰 해를 끼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동물 실험을 통해 과불화화합물의 간 독성 및 암 유발 등 효과가 확인됐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갑상선 질환 등 질병과의 관련성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불화화합물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는 환경규제를 통해 무역, 산업 장벽을 높이려는 흐름에 따라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한 절차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 국가는 이미 유럽연합(EU)에 과불화화합물 금지 법안을 제안한 상태다. 미국 역시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2022년 9월부터 섬유, 의류 등에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하는 등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2022년 10월 “3년 이내에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과불화화합물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도 쓰이는 만큼 관련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관련 기업들도 대체재 개발 및 규제 대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 종이빨대의 역설,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물질 많다
▲ 스타벅스코리아는 2018년 11월부터 친환경을 이유로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하고 종이빨대, 빨대 없는 컵 뚜껑 등을 도입했다. <스타벅스코리아>
한편 친환경을 위한 선택으로서 종이 빨대를 놓고 적정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종이 빨대 역시 플라스틱 빨대와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거나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이 주요 비판 근거다.

올해 7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방수를 위한 플라스틱 코팅 때문에 종이 빨대는 재활용 할 수 없다’는 정보가 퍼지자 국내 제지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코팅을 사용하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2년 11월에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종이 빨대를 생산할 때 플라스틱 빨대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5배 많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종이 빨대를 둘러싼 논란에 최근에는 옥수수 등 식물 소재를 사용한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 등 대체재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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