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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이 대형 산불로 몸살, 산불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8-20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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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이 대형 산불로 몸살, 산불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 산불로 불타버린 캐나다 삼림의 모습. 캐나다는 2023년 여름 전국에 걸친 수천 건의 산불로 역대 최악의 피해를 겪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곳곳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강력해진 산불에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 산불이 남기는 대량의 온실가스와 그밖의 배출물, 식생 변화 등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불이 기후변화의 결과이면서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주요 외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빠르게 확산하는 산불에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데이비드 이비 캐나다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총리는 19일(현지시각)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현재 상황은 암울하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전날까지 2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이날 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대피령 대상 주민수는 3만5천 명으로 늘었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캐나다 전국에 걸친 산불은 1천여 건, 피해면적은 13만7천㎢이고 산불의 절반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대한민국 국토의 면적인 10만㎢ 보다 더 넓은 지역이 산불로 타버린 셈이다.

올해 여름 산불 피해로 고통받은 곳은 캐나다뿐이 아니다.

미국 하와이주의 마우이섬은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2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돼 8조 원을 웃도는 피해를 봤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까지 파악된 인명피해는 사망자 114명, 실종자 1천 명 이상에 이른다.
 
유럽 역시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키프로스 등이 산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전 산불과 비교해 강도가 세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현재까지 피해면적만 고려해도 캐나다의 연간 평균 피해면적 10년치의 7배에 이를 정도다.

산불이 강력해지는 주된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캐나다, 하와이 등 산불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은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이전보다 높은 기온과 건조한 기후의 영향을 받는 상태였다.

미국 클라크대학의 기상학자인 애비 프래지어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하와이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폭풍 이동과 같은 줄어든 강수량과 가뭄, 얇아진 하와이 상공의 구름층 등을 꼽으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기후변화의 신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이 대형 산불로 몸살, 산불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 15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이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습.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까지 파악된 인명피해는 사망자 114명, 실종자 1천 명 이상에 이른다. <연합뉴스>
문제는 산불에 따른 영향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산불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 온난화에 분명한 영향을 줄 만한 규모다.

캐나다를 예로 보면 이번 산불로 3일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만 집계해도 2억9천만 톤에 이른다. 캐나다의 연간 최대 탄소배출량 기록의 두 배를 웃돌고 2023년 7월 말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산불에 따른 지구 온난화 효과는 이미 알려진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영향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올해 7월 산불 연기로 발생하는 ‘암갈색 탄소(dark brown carbon)’가 통상적인 화석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4배 이상 강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같은 주제의 연구결과를 8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한 라잔 차크라바르티 교수는 보고서에서 “산불로 발생하는 암갈색 탄소의 예상치 못한 영향을 반영해 기존 기후모델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불은 단순히 대기에 배출하는 물질뿐 아니라 피해 지역의 식생을 더 산불에 취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와이에서는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니그래스, 당밀그래스, 버펠그래스 등 외래종 식물의 유입이 꼽힌다.

이들 외래종은 하와이 토착 식물들보다 건조한 기후와 산불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뭄에 잘 견디고 불에 잘 타지만 산불이 난 뒤 피해지역에서 다시 빠르게 번식한다. 산불이 오히려 이들 외래종의 지역 생태계 내 비중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 만큼 다시 산불 피해를 키울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셈이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하와이 지역에서는 식생변화에 따른 산불 위험 증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몇 년 전부터 나왔다.

하와이의 산불전문가인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는 2018년 마우이섬에서 화재 피해가 발생한 뒤 지역 언론을 통해 “마우이섬에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것은 화재 때 연료가 되는 ‘풀(grass)’”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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